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에 경고등에 불이 들어와도 40 킬로 미터(? 정확하지 않음) 정도는 더 운행할 수 있다. 그러니 고속도로 운행 중에 주유 경고등이 들왔다고 해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주유소가 있기에 걱정을 내려놓고 안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급하고 중요한 일 (예를 들어 자동차 주유 경고등에 불이 들어온 것)을 미루면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그러므로 너무 여유를 가지는 것은 좋은 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유 경고등이 들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주유를 미뤘다가 낭패 본 적이 한 번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여유를 부렸는지 잘 모르겠다. 귀찮음을 여유로 착각한 결과가 가져온 그때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이다. 운전 중에 주유 경고등에 불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얼른 휘발유를 넣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도 40킬로 미터를 더 운행할 수 있는데 급할 게 뭔가.'라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여기까지는 좋은 생각이었다. 문제는 그 상태로 얼마를 운행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급할 게 없다는 생각으로 하루 이틀을 계속 단거리를 운전하면서 그렇게 많이 운전하지 않은 것 같은 착각에 빠진 거였다.
그러다가 사달이 난 것은 시내를 주행하다가 터널 입구에 가까이 갔을 때였다. 갑자기 빠르게 달리던 자동차가 운행 속도가 느려지더니 얼마 못 가서 자동차가 아예 움직이지 않는 거였다. 그래도 터널 안으로 들어가기 10미터 전에 멈춘 것이 다행이었다. 내 차 뒤로 다른 차들이 줄줄이 뒤따라오고 있었다. 기름이 바닥난 것도 잊고 언제까지나 잘 운행될 거라고 믿었던 차가 갑자기 도로 한가운데에서 멈춰버리자 정말 내가 한심하고 난감했다. 기름을 넣을 시기가 지났음을 뒤늦게 인지했지만 때는 늦어버렸다.
차를 갓길로 빼라는 다른 운전자들의 외침을 듣고서야 일단 자동차를 밀어서 갓길로 옮겼지만 주유소는 안 보이고 어떻게 한단 말인가? 지금은 자동차 보험에서 긴급출동 서비스가 가능한데, 그 시절에는 그런 게 없었다. 근처에 주유소가 있는지 눈을 크게 뜨고 둘러봐도 보이지 않았아. 막상 간다고 해도 기름을 받아올 통이 없으니 길가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그때 구세주처럼 오토바이로 자장면을 배달하는 분이 지나가는 거였다. 급한 마음에 무작정 오토바이를 세우고 짜장면을 배달하는 분에게 여차 저차한데 휘발유를 조금만 사서 배달해 주면 대가를 내겠다고 사정했다. 고맙게도 내 사정을 어여삐 여겨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짜장면 배달을 미루고 내 부탁을 먼저 들어주겠다고 했다. 대가를 얼마나 지불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자동차 휘발유가 내게 오기까지 20분이 채 안 걸렸다. 놀라운 오토바이 퀵 서비스를 실감하는 경험이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 후로는 무조건 노란색 이 들어오면 가장 가까운 주유소로 직행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편안하게 운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 경고등의 역할을 잘 기억할 것!
그리고 '급하고 중요한 일을 미루면 나중에 더 큰일이 닥친다!'는 것을 명심할 것! 누가 어려움에 처한 걸 보면 그때의 은혜를 갚고 싶어서인지 열 일을 제쳐두고 도와주고 싶다. 그러는 나에게 가족들은 오지랖이 넓다고 말하지만, 그때의 고마움을 내가 나눌 수 있다면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인데 서로 조금씩 도우면서 살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