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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감한 겁쟁이 Nov 23. 2023

재 있잖아,
영감님 같다는 소리 듣는대

고등학교 1학년 생각하면 왠지 모르게 가장 많이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야자가 자율이던 시기였지만 항상 나와 같은 반에서 석식을 먹고, 야자를 하던 친구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하필 그 시기에 롤(LOL)을 알려준 친구여서 그런 걸까.


처음으로 고등학생이 된 어리바리한 상태에서, 처음으로 다른 학교 친구를 학원이 아닌 곳에서 만났기 때문인지 이 친구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아니네, 장난치는 것과 말에 유머가 기본적으로 배어있는 친구여서 그런 것 같다.


1학년 때 그렇게 붙어 다니던 친구와 2학년, 3학년 때 다른 반이 되고 대학교까지 다른 곳으로 가다 보니 만나면 너무 반갑게 인사하지만 자연스럽게 연락을 하지 않게 됐다.


그러던 중 28살이 된 시점, 더 정확히 말하자면 28살 내가 제주도로 가기 전, 23년 5월 17일에 우연히 술을 (처음으로) 마시게 됐다. 20살 이후 처음으로 같이 술 마시는 거라 어색한 듯했지만 무사히 술자리는 마무리됐고, 제주 잘 다녀오라면서 기프티콘까지 보내주는 사이로 조금 발전했다.


제주에 다녀온 후, 9월이 생일인 그 친구에게 "생일 축하한다"라는 카톡에 "고맙다, 제주에서 잘 지내고 있지?"라는 답장을 받았고, "나 제주도에서 올라왔어.."라는 답을 보내자마자 "함 보자 술 한잔해야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뭐 보자는데, 담에 보자 하기 애매하다'라는 생각에 "그래 보자"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는 내가 제주에서 무슨 일 생겨서 다시 올라온 줄 알고 걱정돼서 술 마시자고 한 거였다. 걱정되는 마음에 시작된 술자리가 우리에게 새로운 경험을 시켜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둘 다 홈 프로텍터(Home Protector)인 상태였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서로 무언가라도 하고 싶은 상태인데 강제성이 없다 보니 흐지부지한 상태인 걸 알게 됐다. "우리 뭔가라도 해보자, 이대로 시간을 버리지 말자"라는 말의 시작으로 "작업실을 구해보자"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발전하고 싶은 우리의 열정 때문인지, 소주가 만들어준 알딸딸함 때문인지 술 집에서 나와 바로 작업실 계약까지 했다. 고등학교 근처에 위치한 작업실인데, 딱 1자리 남아있다는 말은 우리를 말릴 수 없었다.(운명인 거지 이건)


계약한 다음 날부터, 우리는 아침 8시에 만나 '나를 알아가는 질문'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얘기하는 모습들을 영상으로 남겨놨다. 이러한 이야기를 한 달 정도하다 보니, 서로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일단 행동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각자의 할 일들을 조금이라도 계속해서 행동했다.


[나를 알아가는 질문 예시]

(서로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직접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너의 진짜 꿈은 뭐야?  

    지금 정말 무엇이든 되고 싶다면 어떤 걸 하고 싶어?  

    너의 강점은 뭐야?  

    너의 약점은 뭐야?  

....


두 달 정도, 이 친구와 오글거리지만 진솔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에 대해서 더 알게 되고 확신이 생긴 점도 좋았지만, 이 친구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들이 있었고, 부러운 점들이 생겼다.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정말 생각이 많은 친구'라는 거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나는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친구에 비하면 생각이 없는 편이다. 행동, 말 하나하나에 생각을 많이 하고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 친구였고, 반대로 다른 사람의 행동, 말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친구였다.


그리고 '어떠한 행동을 할 때, 나와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정반대로 생각하는 사람의 말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많진 않았던 것 같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나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정말 많겠다는 걸 알게 됐다.


부러운 점 첫 번째는 꾸준히 성실하게 무언가를 한다.

그중에 운동, 헬스를 정말 꾸준히 하는데 일주일에 5-6회 정도 1시간씩이라도 운동을 하는 게 나한테는 멋있어 보인다. 추가로 식단까지 꾸준히 단백질을 섭취해가는 그 모습이 독해 보이면서도 나는 못하고 있으니 대단해 보이더라.


두 번째는 말을 정말 잘 들어준다.

말이 많은 친구이긴 한데, 그만큼 말을 잘 들어준다. 정말 진심으로 말을 들어준다는 게 느껴지고, 말을 들을 때는 뭔가 자기가 그렇게 된 거 마냥 공감해 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아닐 수 있음, 개인적인 느낌임) 이 친구가 했던 많은 이야기들 중, 상담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말이 떠오르는데 잘 어울렸겠다는 생각이 든다.


.

.

.


현재는 각자의 꿈을 위해, 현재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작업실을 마무리하고 나왔다. 작업실에서 우리가 나눴던 꿈 얘기들 중에서 이룬 게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 그것도 서른 전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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