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바쁘다고, 12월에는 글을 쓰지 않았을까
바빴던 걸까,
바쁘고 싶었던 걸까,
바빠 보이고 싶었던 걸까,
23년을 보내주기 전, 24년을 만나기 전에 올해는 나에게 어떤 해였을까? 작년에도 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다. 매년 이 주제로 글을 적어보면 재밌겠다.
23년의 나는 슬펐지만 행복했고, 무모했지만 용감했다. 많은 이별을 했고, 많은 만남을 가졌다. 많은 걸 포기했고, 많은 걸 얻었다. 안 좋게 생각하면 끝없이 안 좋게 생각할 수 있고, 좋게 생각하면 끝없이 좋게 생각할 수 있다.
올해에는 총 6개의 타이틀을 가졌다. 퇴사한 개발자, 여유로워 보이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스텝, 여행 스냅 작가, 개인전 열어본 사진작가, 홈 프로텍터(백수), 스튜디오 어시스턴트. 진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산 것 같다. 열심히 산 걸까, 아니면 도망 다니며 산 걸까.
많은 걸 경험하다 보니 내가 이때까지 보지 못했던 세상들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하지만 새로운 모든 게 좋은 건 아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만큼의 대가가 따른다. 이때까지 가졌던 걸 놓아야 할 수도, 경험했던 모든 게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근데,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어느 책에서 본 지 기억나진 않지만 고통은 버틸 수 있을 만큼만 준다고 한다. 그리고 선택은 내가 한 것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재밌게 하게 되더라. 또, 28살 나이, 젊음은 정말 큰 무기더라.
’나는 우물 안 개구리야..‘라는 생각에 스스로한테 상처를 주고, 계속해서 우물 밖 세상을 꿈꿨다. 하지만 우물 밖과 안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깨우친 올해다. 우물 밖을 꿈꾸는 사람이 아닌, 우물 안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24년에는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해가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아가고 싶고, 시야를 넓혔던 23년이었으니 시야를 조금은 좁혀도 될 것 같다. 또한, 우물 안에서의 행복을 찾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한x2 모든 걸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나의 경험, 기술, 지식들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또한x3 항상 행복하고 힘든 일이 마주하더라도 빨리 일어서는 내가 되길 바란다.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다.
[23년 요약]
불행했던 걸까, 행복했던 걸까는 내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진다. 무지개를 보기 전 잠깐, 신발이 젖고 바지 밑단이 젖을 정도의 비가 내리고 있는 게 아닐까
ps. 왜 이렇게 '~ㄹ까'를 많이 쓰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