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갑진년 병자월 을묘일 음력 11월 17일
요즘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조금 느끼고 있다. 종종 상호작용을 하며 지내게 되는 이들 중에 어려운 녀석들이 조금 섞여 있다. 짧게 스쳐 지나갈 사이라면 적당히 넘겨 버리면 되겠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지속성 있는 관계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하는 것이 최선일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답을 찾아 나가야지.
한 사람은 대화를 영 기억하지 못한다. 매주 일정한 요일에 만나는데,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한다거나. 일경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 어떤 직무냐는 질문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직무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늘 물어보더라. 시청각 자극이 과해서 영화관에 가지 못한다고 말을 한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영화관에 갈 수 있는 지원금이 있는데 어떤 영화 좋아하냐고 물어본다. 과일 안 좋아한다고 하니까 이거는요, 저거는요, 하면서 자꾸 다른 과일을 물어본다. 어제저녁에만 카페라떼 안 좋아한다는 말을 서너 번쯤 한 것 같다.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 하며 다시 대답하곤 했지만, 지나치게 반복되니 성의 없는 대답을 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게 된다. 그러면 본인 때문인 줄은 모르고 그냥 피곤해 보인다고 하더라.
다른 누군가는 뭐 어쩌라는 거지 싶은 말만 골라서 한다. 차라리 아재개그 따위를 하면 나쁘지 않다. 린이나 나래 같은, 아재개그를 즐기는 녀석들 하고는 잘 지낸다. 아무말 드립도 싫어하지 않는다. 나쟈나 라마가 할 때는 즐기는 편이다. 다만, 정도껏을 모르는 녀석인 게 문제다. 장난의 정도가 예의도 뭣도 없는 수준인데 그 빈도도 높다 보니 점점 불편해진다. 그리고 일부러 장난치려고 그러는 건지 정답만 비껴가며 말하는 경향이 있다. 사실이 아닌 소리를 자주 하는데 웬만해서는 늘어놓고 싶은 대로 늘어놓으라고 두는 편이지만, 때로는 영 아니다 싶어 사실관계를 정정한다. 물론 그 녀석은 '아 맞다'를 시전하며 내 말을 끊고 거기서부터 또 다른 헛소리를 해나가지만.
맨날 급발진하며 사람들하고 싸우고 다니는 녀석까지는 그럭저럭 상호작용할 만한데 저들은 쉽지 않다. 급발진하고 싸우는 건 오히려 10대 후반에 나의 랜선 친구였던 차락이랑 전구를 연상시켜 괜히 변호해 주게 된다고 해야 하나.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게임에서 일진 놀이를 즐기며 넷상에서 일베 코스플레이를 즐긴다고 하는 녀석일 줄은 몰랐지만, 처음으로 사귄 친구여서 그런가 두 번이나 배신당해도 내치고 싶지 않은 녀석이었다. 이제 와서는 차락에 대해 아는 건 본명과 생년월일뿐이고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 연락처도 없는 사이지만 말이다. 93년생이니까 30대 초반의 청년으로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썩 좋지 않다는 뉘앙스를 섞어, 잡다한 사람들이 있다고도 표현한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상성이 잘 맞고 편한 사람들하고만 상호작용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게 안 된다. 다른 이들하고도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나가야 한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저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을까. 나에게 정서 불안을 야기하는 등 큰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경과를 지켜보다가 도저히 안 되겠을 때 선을 긋곤 하는데, 이 정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끊어내지는 않다 보니 지속 대미지를 주곤 한다. 이 지속 대미지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