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휘 Oct 16. 2024

#44 안경

2024년 10월 16일 목요일 갑진년 갑술월 계축일 음력 9월 14일

아마 내가 안경을 처음 쓰게 된 것은 10살 언저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그렇게 시력이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부모님은 아무도 안경을 안 쓰는데 나와 나의 형제는 쓰는 것으로 보아 유전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와 나의 형제 모두 안경을 안 써도 무리가 없어 안 쓰고 다니는 경우도 꽤나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나의 부모님도 안경만 안 쓰고 다닐 뿐, 시력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보일 건 다 보이는 시력이라 평소에 안경을 안 쓰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하거나 모니터를 오래 볼 때, 혹은 공연을 볼 때와 같이 특수한 경우에만 안경을 쓰곤 한다. 학생 때는 그래도 자주 쓰고 다녔는데, 역시 걸리적거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어쩔 수 없다. 사실 짝눈이 심해서 안경을 쓰고 다니긴 해야 하는데 말이다. 최근에는 안경을 쓰는 편이 더 좋다(?)는 두 친구의 말에 힘입어 (또 너네냐?) 안경을 꾸준히 쓰고 다니기 시작하다가, 왠지 코받침 부분에 염증 반응이 있어 잠시 멈췄다. 가끔 쓸 땐 이렇지 않았는데 계속 쓰고 있으니 문제가 생긴다.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어렴풋한 기억에 의하면 첫 번째 안경은 붉은 금속테 안경이었다. 그리고 언젠가 침대 옆으로 낑겨 들어가 떨어지면서 잃어버렸던 것 같다. 나중에 방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찾았던가. 12살 때 쓰던 하늘색이 살짝 도는 반투명 안경은 13살 때 동급생이 안경을 뺏어가서 도망치는 장난을 치다가 부러졌다. 그다음에 썼던 게 자주색 뿔테 안경이었던가? 어느 순간 어째서인지 나사 부분이 맛이 가서 대충 붙이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대학생 때 쓰던 갈색에서 투명으로의 그라데이션 안경은 독특하면서도 그리 튀지 않는 색 때문에 꽤나 좋아하던 안경이었는데, 이건 영문도 모른 채 부러졌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물건을 조금 정리하고 나서 보니 안경다리가 부러져 있었는데,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내가 뭘 잘못 놨던 건지, 아직까지도 그 진상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 쓰는 안경은 대학교 4학년 때 큰맘 먹고 구입한 제품이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하고 어찌저찌해서 보기보다 가격대가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별한 일 없으면 안경은 어차피 한 번 사면 오래 쓰니까, 아무거나 사고 싶지는 않았다. 그것이 내 돈으로 구입한 첫 번째 안경이었다. 문득 찾아보니 '최고의 도금 기술인 IP플레이팅을 적용한 티타늄 소재로 무알러지며 땀이 나더라도 부식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코받침을 사용했다는데 요즘 내가 안경을 쓸 때마다 코받침 부분에 염증 반응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최고급 도금 기술의 코팅이 벗겨진 모양이다. 그치만 부식되지 않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주장했잖아. 하여간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적으로 착용하는 데 지장이 있어 어떻게든 조치를 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요놈의 코받침을 어떻게 하든, 내 코를 어떻게 하든, 안경을 새로 맞추든 해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43 친구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