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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당신의 삶의 지주대는?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by 별바라기

2025. 10. 23. [라라크루 목요일에 만난 자연]


"헐 또 비야?"


아침에 일어나 첫마디의 중요함을 모르는 건 아닌데 창밖으로 또 보이는 빗줄기에 나도 모르게 한숨 섞인 푸념부터 튀어나왔다.


정말 징글징글하게 비가 온다.

햇빛이 쨍하고 비춰야 곡식들이 영글어 갈 텐데, 수확을 코앞에 두고 있는 계절에 비 때문에 곡식엔 다시 싹이 나고, 김장 배추도 녹고 있다는 친정엄마와의 통화가 떠올랐다.




자 준비하시고 쏘세요!

밤새워 쉬지 않고 쏟아부은 비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건너고 싶게 만드는 징검다리를 삼켰고, 그 위로 생긴 커다란 폭포 소리는 멀리서 부터 쩌렁쩌렁 울렸다. 예쁘게 피었던 들꽃들, 막 피기 시작한 갈대와 부들도 죄다 쓸려 옆으로 누워 잠을 자고, 커다란 물소리가 조금 무섭긴 했지만 오랜만에 한적한 길을 걷는 것도 제법 괜찮았다. 그리고 보게 된 현장.


가던 길을 멈추고 왜가리를 지켜보았다.

사방이 거센 물길인데 아무리 날개가 있어도 무섭지 않을까? 주변을 살펴봐도 오리 떼도 중대백로 떼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딱 이 녀석만 있었다. 그런데 그 찰나 왜가리는 목을 길게 늘어 뜨리고 기가 막히게 튀어 오른 물고기를 물어 와구와구 목구멍으로 넘겼다.



순식간에 지나간 왜가리의 식사 장면.

허탈함에 머리가 띵했다. 내 눈에 비친 왜가리의 처한 환경은 '사면초가'란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광경이었지만 왜가리에겐 익숙하고 날렵한 식사시간이었다. 나는 어디까지 오지랖을 부린 것인지? 흙탕물과 물소리, 흐린 날씨가 주는 스산함에 압도되어 내가 보고 싶은 대로만 보고 해석, 판단하고 결론지어 버렸다.


띵한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내가 눈으로만 보고 믿었던 세상, 그리고 여전히 믿는 세상. 하지만 주변의 거센 물살도 두렵지 않은 왜가리의 용기. 누군가는 생존본능으로 어쩔 수 없이 나갔을 거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굴하지 않는 왜가리의 용기가 부럽고 닮고 싶어졌다.


독자님과 작가님들께 여쭙니다.

사면초가 같은 환경에서 불끈 힘이 나게 이끌어 주거나 힘이 나게 했던 존재나 대상이 있으신가요? 그 것이 무엇이든 찬 가을바람 부는 오늘 여러분의 삶을 붙드는 든든한 지주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얘기 들려주세요. 오늘도 당신의 하루를 별바라기가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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