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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만나다 연자

당신의 소중이는 무엇인가요?

by 별바라기
연못의 샤워기?

일터 마당에 작은 연못이 있습니다.

찬바람 불 땐 을매나 볼품이 없는지, 안쓰러울 지경이에요. 그런 연못에도 쨍하고 해 뜰 날이 있는데 바로 여름입니다.


휑했던 연못에 작은 연잎이 톡톡 떠오르더니 금세 커져 쭉쭉 줄기가 뻗어 연자육이 예쁘게 맺어요. 언뜻 보면 징그럽기도 하지만 저는 샤워기가 연상되어 연못 샤워기라고 불렀는데 얼른 연자육이 토실토실 영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연못가에 국화꽃이 필 무렵, 연자육이 반들반들 까맣게 변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무게를 견디지 못한 기가 푹하고 고개를 숙이자 까만 구슬들이 연못 속으로 퐁당퐁당 빠져 버렸어요. 가제트 팔이 있다면 줍줍 하고 싶었지만 애석하게도 제 팔은 짧았습니다.


여름 내내 산책을 핑계 삼아 매일 연자를 살피러 다니는 저의 욕심을 눈치채신 관리소장님이 어느 가을 날 부르시더니 종이컵 한가득 선물을 주셨습니다. 어찌나 신나던지요. 하지만 수반에 부어보니 보기와는 다르게 덜 영근 녀석들이 생각보다 많아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짠짜잔~

연자가 싹을 틔우기 시작하더니 쭉쭉 자라 돌돌 말린 잎도 도로록 펼치더니 수반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수반에 잠긴 연자들을 보러 가는 것이 너무도 신나는 일상이 되었어요. 물을 갈아주며, 밤새 키가 더 자란 싹들을 칭찬하다 저의 젊은 시절이 떠올랐어요. 아이들 수유하던 시절, 잠도 안 자고 빽빽 울 땐 안절부절못하다가 곤히 잠들면 또 심심해서 손가락 발가락을 만져보기도 하고, 매일매일 씻기고 로션을 발라줄 때마다 달라 보이고 예뻐 보이고 갑자기 쑥 큰 것 같이 마술을 부리던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라라크루에도 출산의 경사가 있었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것도 맞고요.


독자님들과 작가님들께 여쭙니다.

저의 연자육처럼 삶 속에 애지중지 지키고 가꿔오신, 가꾸고 계신 소중한 것들이 있으신 금합니다. 함께 나눠 주시겠어요? 그리고 우리 또롱맘 산후조리 잘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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