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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리의 이웃 비둘기

공존에 관하여

by 별바라기

2025. 11. 20. [라라쿠루 목요일에 만난 자연]


근 한 달째 온갖 약을 주워 먹으며 감기몸살을 버텨내고 있는 중입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열이 없으니 독감 검사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독감은 열이 없을 수도 있다는 동료들의 얘기에 독감이라 스스로 진단을 내리고 미루고 미룬 독감 예방접종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잔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아픈 걸 핑계 삼아 11월은 버스로 출근 중인데 매일 역 앞에서 만나는 오동통 친구가 있습니다.

살이 찐 건지 털이 찐 건지, 체구에 비해 머리가 작은 건지 모를 둘기 선생은 사람을 겁내지도 않고 오히려 뭔가를 요구하 듯 성큼성큼 다가오기도 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 바닥을 열심히 쪼아댑니다. 맘 같아선 가방에 비상식량으로 넣어둔 쿠키를 나눠 주고 싶지만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가 역사 기둥에 붙어 있어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오동통 찐 둘기




















추수감사주일 이른 아침이었습니다. 버스 환승을 위해 뛰어가는데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주변을 돌아보니 아무도 없기에 잘못 들었나 싶어 뛰던 순간 다시 부르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 모여든 비둘기 떼들. 자전거를 탄 아주머니가 비둘기들에게 잔소리를 하시며 익숙한 자세와 정확한 조준으로 모이를 뿌려주고 계셨습니다.


비둘기들의 대모님. 몰래 찍어 죄송합니다.

아마도 주기적으로 비둘기들을 챙기시는 대모님인가 봅니다. 저 자전거로 어디까지, 어느 동네까지 달리시며 모이를 주고 계실까요? 지자체에서도 하지 말라는 일을 용감하게 실천하고 계신 비둘기 대모님이 대단하시다 싶고 존경스러워도 졌습니다. 저는 새를 사랑하지만 사람들의 지적이나 비난은 못 견딜 것 같거든요.


흐뭇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한 광경을 담고, 아직은 잠이 덜 깬 고요하고 평온하기만 한 버스 창밖을 보며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마귀, 까치, 비둘기, 참새, 직박구리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은 참 많은데 어느샌가 그 녀석들은 사고뭉치들로 전락한 것 같아요. 함께 잘 살 순 없을까요? 그리고 저는 앵무새를 키워 새가 무섭지 않지만 생각 외로 조류 공포를 느끼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어요. 어쩐지 술안주로 나온 닭발 요리에 질겁을 하시라고요.




오늘 아침도 둘기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발에 차이지 않으려 요리조리 빠져 다니며 열심히 모이를 찾고 있었어요. 저는 여전히 용기 부족이라 모이를 나눠줄 순 없지만 둘기들이 추워지는 계절 잘 살아남기를 바라봅니다. 다행히도 털이 반질반질 윤이 나니 영양실조는 아닌 것 같습니다.


독자님들과 작가님들께 여쭙니다. 각자의 삶속에서 어떤 공존의 삶을 꾸리고 계신가요? 멋진 노하우를 전해 주신다면 참 반가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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