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시절, 평범한 새내기

에세이

by 희원이

대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리는 기분을 만끽했다.

고등학교 교문 안에서 바라보던 세상은 좁디좁았지만,

대학 캠퍼스의 넓은 공간은 내게

무한한 가능성으로 느껴졌다.


잔디밭에서 들리는 친구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캠퍼스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까지,

모든 것이 신선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자유를 ‘광적으로’ 누리진 않았다.

내 체질은 어딘지 모르게

적당한 중용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용이라니... 적당히 멋진 표현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래, 어정쩡하게 그 분위기에 녹아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온전히 벗어나 있지도 않았다.


과도함은 피하고, 한 발짝 물러서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방식이었다.

갑자기 또,

멋진 말로 표현하려는 것 같아

부언하자면,

말하자면, 평범한 새내기였다.


친구들과 함께 잔디밭에 앉아 햇살을 즐기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면 대학가의 좁은 골목에서

친구들과 한 잔씩 나누며, 하루의 피로를 녹이곤 했다.

녹일 피로가 있기는 했나 싶기도 했지만.


밤이 깊어지면 어느새

밤은 지나가고,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해장할 밥값’을 빌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내 대학교 1학년 생활은

그야말로 적당한

자유와

적당한

방만 사이에 있었다.


그것이 나의 1학년이었다.


수업에 대한 태도도 이 ‘적당함’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적당히

벗어나도 되는데

적당한 것에는 적당함이 없이

그냥 계속

적당했다.


예를 들어,

수업을 빠지지는 않았지만,

모든 강의를 성실히 듣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과목은 귀 기울여 들었고,

싫어하는 과목은 내심 거리를 두며 '형식적'으로만 출석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과목을 확 내팽개치지도 않았다.

이렇듯 나는 ‘줏대 있게’ 과목을 가렸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만

줏대가 있었던 셈이다.

적당했다.


좋아하는 과목의 강의는 마치 배경음악처럼

흘려서라도 들었고,

싫어하는 과목에서는 조용히

휴식을 취했다.

적당했다.


이런 모습은 당시 대부분의 새내기들이 경험하던,

너무 놀다가 결국 군대 가기 전에 부서진 학점을 붙들고 후회하는

전형적인 1학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당,

했다.


당시 1학년은 ‘노는 학년’이라고들 했다. 학점이야 어찌되었든,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놀겠냐”는 말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적...

적당한가?



학점이 부서지면 군대 가서 다시 붙이면 된다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경우도 많았다.

작작 좀 해!


그런데 이들처럼 학점이 망가지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엄청 열심히 시험 기간을 보내며 학점 관리도

하지 않은 채

대체 뭐하는지 모르게

그 시절엔

그럭저럭

적당했다.


지나치게 놀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과하게 책임감 있게

살지도 않았다.

어딘가 적당히 발을 뻗고,

적당히 몸을 숨긴 채,

캠퍼스의 자유를 누렸다. 조용하고

적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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