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대학교 1학년 1학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캠퍼스 바깥의 주변거리는 하나의 거대한 주점 같았다.
밤이 깊어질수록 곳곳에서
웃음과 술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풀고,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고, 실패를 위로했다.
술자리 없는 날은 오히려 드물었다. 단골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미 몇몇 테이블에는 아는 얼굴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술잔을 기울이며
흥겨운 노래와 떠들썩한 대화가 오갔다.
그 시절의 밤은 늘 그렇게 뜨거웠다.
친구와 술을 마시고 나면 늘
고민이 생겼다. 교통편은 이미 끊기고, 택시를 타기에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았다. 그럴 때면
근처에 하숙하는 친구 집에 불쑥 찾아가기도 했다.
“야, 오늘 좀 재워줘”라며 어색한 웃음으로
문을 두드리면,
하숙방 주인아주머니의 짧은 한숨이 들려오곤 했다.
친구가 더는 하숙방에서 생활하지 않고부터는
우리에겐 마지막 남은 비밀의 공간이 있었다. 친구가 소속되어 있는
합창단실이었다. 그에게 신세를 진 것이기는 하지만,
합창단실은 대학 생활의 아지트 같은 곳이었다.
몇 개의 매트리스가 구석에 쌓여 있었고, 벽에는 누군가가 남긴 낙서들이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서 잠을 청하는 것은
편안한 침대에서 자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지친 몸을 쉬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선배들이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도 있었지만,
이들은 공부에 열중하다가 후배가 마주치면
민망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우리 후배들도
가끔은 그 공간을 차지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아침이 오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 대충 씻고 껌을 씹어 숨을 가렸다.
머릿속은 아직도 알코올로 흐릿했고, 입 안에는 술 냄새가 남아 있었다.
아침 9시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들 속에서 아는 얼굴을 찾는 것은 일종의 의식이었다.
그 얼굴을 발견하면 조용히 다가가 국밥값이라도 빌려 달라고 했다.
빌린 돈으로
해장을 하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거나,
조용히 밥 한 그릇을 사 먹었다. 그때
그 아침의 술 한 잔은 삶을 다시 시작하는
리셋 버튼 같았다.
해장술을 마시며
다시 눈은 게슴츠레해졌다.
삶도 게슴츠레해지는 것 같았다.
낮술도 아니고, 아침 해장술이라니!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알코올 중독자 같은 기분이 들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누구나 그러는 것처럼 식당에 앉아서
쓸데없는 대화를 나누곤 했다.
무슨 대화였는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굳이 기억해야 할 이유도 없어 보이지만.
기억나는 것만 기억해도, 그냥 그런데.
그러고 나면 보통 당구를 치게 되지만, 가끔은
그런 몰골로 수업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마자 교수님의 눈길을 피하며
뒷자리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책상에 엎드려 조용히 졸다가도, 가끔은
교수님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다.
그런 순간에는 부끄러움이 밀려왔지만, 그게 대학 생활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어느 전설 속의 한 아이가 기억난다.
집에 보름 이상 들어가지 않고
캠퍼스와 단골 술집에서만 생활하던 그 아이.
그에게 집이 없을지도 모른다지.
그 아이는 실존하지 않는다고도 했지 그저 오래 전부터 교내에 떠도는 전설일 뿐, 그 아이는 원래부터 없었다지.
그는 지금쯤 캠퍼스의 어디를 배회하고 있을까?
그 시절에는 그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다.
친구와 함께 마주 앉아 눈이 퉁퉁 부은 채
아침 해장술을 마시며 나누던 짧은 대화들도.
대의와는 상관없는 청춘의 실없는 이야기였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