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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13. 2024

네 번째 결혼식

미국으로 온 지 7년, 수의사로 일을 한지는 6년, 어제 네 번째로 동료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이번을 포함한 세 번은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었고, 한 번은 미국에 처음 와서 갔던 수의과 대학에서 만난 한국인 후배 결혼식이었다. 작은 배를 빌려 결혼한 한국인 친구를 제외하면 모두 야외결혼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두 커플은 정말 굽이굽이 험한 산 위에서 남자의 이모집에 딸린 작은 집에서 살고 있었고, 그 언덕 위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미국은 정말 다양한 인종이 있어 아마 결혼식도 다양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세 번의 결혼식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국과는 달리, 결혼식 초대장을 받으면, 초대장에 연결된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참석여부와 참석인원을 알려줘야 하고, 커플의 허니문 비용조로 원하는 금액을 보내준다. 

이번에 결혼한 친구는 파트타임에서 일하는 병원에 8년이나 성실히 일한 아주 마음씨가 고은 테크니션이기도 하고, 내가 수의사라는 명분도 있어 100불을 보내주었는데, 깜짝 놀란 이 친구가 '너무 많이 보냈는데, 정말 이만큼 보내도 되냐?'는 문자를 보내와서 오히려 내가 놀라기도 했다. 


일단 결혼식이 끝나면 옆에 준비된 작은 바에서 술을 걸치며 커플을 기다린다. 그리고 야외 피로연장에서 식사를 하면 커플을 늦게까지 축하하면 춤도 추고 시간을 보낸다. 나와 남편은 친구 생일에 초대받아 간 둘째 딸을 데려오려 먼저 일어나야 했다.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면 아마 주변에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기는 자기가 원하는 사람들만 초대를 한다. 아마 미리 피로연장에 자리도 만들어야 하기에 정해진 인원을 미리 파악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식사를 하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알아서 준비를 하지만, 주로 야외에서 하는 여기 결혼식은 일정한 자석을 미리 만들어야만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50이 된 이 나이에 동료의 결혼실을 초대받아 오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었음 하는 생각이 있지만, 나름 친하다고 초대해 주는걸 마다하기도 어렵다. 작년에 갔던 결혼식은 내가 이전에 일했던 병원의 테크니션인데 초대된 수의사는 내가 유일해서 주변 수의사들에게 결혼식 가냐고 물어보고 좀 민망해진 일화도 있다. 




지금 내가 쥐고 있는 '이웃집 백만장자'에서 부자들을 인터뷰하며 얻은 자료들을 설명하며, 대부분의 미국의 백만장자들은 아주 평범한 동네에 사는 평범한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다. 한 명의 배우자와 평생을 사는 사람들이 부를 일구고 유지하기 쉬운 환경이라고도 말이다. 

나도 결혼한 지 2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무엇이 결혼을 오래 잘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물론 금전적인 문제가 결혼생활에 큰 장애가 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부가 모두 돈을 잘 버는 친구들조차 부부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들이 있다. 

이 책에서는 부를 일구는 부부들은 배우자 한 명이-대부분은 남편인 경우가 많다- 가계의 80프로 이상의 수입을 벌어들이지만, 부부 모두 절약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남편보다 와이프가 더 절약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결혼을 하는 경우는 아마 거의 대부분은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해서 일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시간이 변하면 상대방에 대한 설렘은 없어지고 단점만 보이게 되면 점점 사이가 틀어진다. 티브이나 영화에서 보는 인생에 단 하나뿐인 사랑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이번에 결혼하는 동료는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정말 착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본 그녀의 남편 역시 사람 좋아 보이는 남자다운 사람이었는데, 그녀의 얘기에 따르면 그는 술만 마시면 정치얘기를 좋아하고 사람들과 언쟁을 벌인다고 한다. 같은 병원의 수의사는 자신의 전 남자 친구와 그가 술을 같이 한 후 정치얘기로 심한 언쟁을 벌였다고 증언(?) 하기도 했다. 


한때 독불장군처럼 독신주의를 주장하던 나였지만, 이제는 사람사이의 보듬이 필요함을 인정한다. 그런데 그 안정감이 경제적인 쿠션 없이는 불가능함을 깨닫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사랑을 향해 돌진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생활에 찌들어간다. 

그리고는 그들이 그토록 숭배했던 사랑을 후회한다. 

우리가 어리석은 건 돈인가 사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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