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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28. 2024

Fairy Tale: 어른들의 동화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융'의 '심리학과 종교'를 결국은 읽다 포기하고 말았다. 

그가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이고 동시대의 정신과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같이 신경증을 앓는 사람들의 꿈을 분석하여 나름의 성과를 이룬 것을 알지만, 꿈의 기본이 종교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칼 융의 프로이트와 같이 일하면 사상을 함께하다, 프로이트가 지나친 인간의 성적 욕망을 바탕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 한다며 그를 떠났다는데, 그 역시 목사인 아버지의 영향인지 종교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건 짧은 지식을 가진 나의 오류일 수도 있다. 그는 목사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종교에 깊이 빠진 사람들은 신경증에 걸린 사람들과 비슷한 상태라고도 말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를 따라 절에 다녔고, 주말이나 한가한 오후에는 할머니가 틀어놓은 불교 경전을 들으면 자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 몰래 교회에 나가서 빵을 받아먹고, 크리스마스이브 예배를 위한 연극에 참여하고 성가대를 했다. 물론 정작 행사 당일에는 밤에 나가면 절대 안 되는 할머니의 룰을 깨지 못하고 참석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나에게 종교는 그냥 또 다른 삶의 형태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다. 사람들이 종교를 내세우며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비판하는 것을 보기 전까지 말이다. 

종교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것이 어떠한 단체나 기관으로 진행되면 그냥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고 만다는 것이 현재 나의 의견이다. 종교를 목적으로 전쟁을 하고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면, 그 종교는 과연 존재의미가 있는 것일까?


나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책이 많은 것을 보면 기분이 좋고 안정감이 든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에 있는 공공도서관에 간다. 

가는 길에 할로윈 즈음이면 생기는 할로위 용품을 파는 매장에 들러 구경을 한다. 

무서운 인형들로 장식이 되어 버튼을 누르면 움직이며 나름 오싹한 소리를 내는 것이 제법 구경할만한다. 

아이들의 할로윈 의상은 싼 제품을 파는 아마존에서 시키지만, 공짜 구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이다.


오래전에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고 결말이 너무 명확하지 않아 짜증이 나서 한동안 읽은 적이 없었는데, 최근 읽은 'Holly'라는 소설을 계기로 다시금 그의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보통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다작을 하는 경우가 드믄데, 스티븐 킹은 지속적으로 책을 출판하고 있는 것 같다. 70대의 나이에 일 년에 한두 권 이상의 책을 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그의 영감은 과연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리고 다시 집어든 것이 'Fairy tale'이다. 

다시 그의 책을 읽으며 기분이 좋아진 이유 중 하나는 글에서 엿볼 수 있는 그의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나온 'Holly'에서 트럼프에 대한 그의 반감을 엿볼 수가 있고, 잠깐 읽은 'Fairy tale'에서는 종교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가 있다. 주인공이 어린 시절 부모님께 교회를 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는 장면에서 엄마는 '신을 믿지만, 신을 어떻게 믿어야 하는지 말해줘야 하는 목사(혹은 신부나 랍비)가 필요하지 지  않아. 그냥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할 수 있는 일이지.'하고 말하고, 아빠는 '세례를 받고 커왔지만, 교회가 예배보다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지는 걸 보고 그만 다니게 됐지.'라고 한다. 



고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다니고 있는 큰딸이 스타벅스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난 것 같다. 첫 주급을 받자마자 이어 팟을 사고 일할 때 필요하다며 바지와 티셔츠를 사는 걸 보고 벌자마자 쓰기부터 하면 어떡하냐며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아직은 매주 조금씩 용돈을 주고 있으니 가능하면 그걸로 살건 그걸로 쓰고, 버는 돈은 저축하라고 하면서 지금 네가 버는 건 쓰기 위해서 버는 게 아니라 모으기 위해서 버는 거야."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어느 날 딸이 미국의 직장연금 종류 중 하나인 401k를 들려고 한다고 얘기를 꺼냈다.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면 직장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하도록 권장하는데, 대부분의 회사들은 매칭(matching)이라는 것을 해준다: 직원 연봉의 3-6프로에 해당하는 돈을 연금계좌에 넣으면 회사가 보통은 50프로, 흔치 않게는 100프로까지 보태주는 것이다. 이 계좌에 붓는 돈은 내 페이에서 바로 빼서 들어가고 이는 당장은 과세를 하지 않는 혜택이 있다. 


나 : 근데 네가 스타벅스를 평생 다닐게 아닌데, 그 계좌에 연금을 넣으면, 회사 그만두면 어떡하려고?

딸: 그만두면 개인연금계좌로 롤오버 하면 돼요. 

나: 우리 딸이 그런 것도 알아?

딸: 학교에서 'finance'수업시간에 배웠어요. 

나: 잘했네. 그럼 개인연금계좌 중에 'Roth ira'는 계좌에서 불어난 소득은 과세가 되지 않고, 일찍 시작하면 할수록 복리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깐 무조건 빨리 시작하는 게 좋다는 거 알고 있지?

딸: 당연하죠. 


내가 미국에 오기 전에는 은퇴연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누구도 사실 말해 준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단순한 저축 계좌로 복리의 마법을 누렸던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아껴서 저축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님과 돈얘기를 한적도, 돈에 대한 얘기를 들려주신 적도 없는 듯하다. 

어제 잠깐 본 유튜브에서 재미 한국인이자 현재 한국에서 금융지식을 강연하는 '존 리'씨는 학부모들을 위한 강의에서

  "왜 마이너스의 이익이 나는 사교육에 투자하고, 자식들이 비싼 폼나는 대기업의 노예가 되길 바라세요? 

어차피 돈 많이 벌라고 서울대 보내고 싶은 거 아니신가요? 근데 서울대 못가잖아서. 인 서울도 못 가는데. 

사교육 할 돈으로 차라리 투자를 하세요!

여행 왜 가세요? 옆집이 가니까 가는 거잖아요. 같이 가난해지려고 하는 건가요?

서울 같은 교통 좋은 곳에서 왜 차가 필요해요?

차 파세요. 애들이 셋이라 놀러 갈 때 필요하다고요? 놀러 왜 가요? 돈만 쓰는데. 유튜브 보면 여행 가서 보는 거보다 더 잘 보여요."라고 말한다. 


나는 우리 딸과 돈얘기를 할 수 있음에 기쁘고 감사하다. 내가 돈이 중요하고, 돈이 소비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줄 수 있어서 말이다. 

아이들의 동화가 '공주님과 왕자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면,

어른들의 동화는 '나이 들어 경제적인 부분을 걱정하지 않고 노후를 누리고 살았답니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데 그걸 위해서는 가능한 일찍 은퇴를 위한 빌드업을 쌓는 것이 중요한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 안타까워 우리 아이들은 돈을 알고 시작하는 어른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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