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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번역하는 S Jan 18. 2023

[캐리비안 기록 #2] 섬나라에서 집 구하기

집 구할 땐... 가격 vs 위치 vs 치안?

이곳 그레나다로 떠나기 전 제일 걱정했던 건 집이었다. 남편과 나는 지난 10월 학교 부부 기숙사에서 사감처럼 일하면서 집을 무료로 받는 Resident assistant 자리에 지원했는데 대기 명단에 올랐고 결국 추가 합격 소식은 듣지 못해 따로 월셋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레나다에 처음 도착한 순간



원래는 일단 임시 숙소를 구하고 직접 발품을 팔아 최종적으로 결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레나다에 도착하는 날은 New Year's Eve 전 날에 주말이어서 관광지로 유명한 이곳 모든 숙박업체 예약이 다 차있었고 가격도 매우 비쌌다.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왓츠앱으로 연락해 집을 구해야 했다. 대학가 주변 집이 으레 그렇듯이 개강이 가까워질수록 좋은 매물은 금방 빠진다고 해 남편도 각종 학교 커뮤니티와 구글맵을 이용해 집을 열심히 알아봤다. 



꼭 이곳만이 아니라 한국이나 세계 어디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참 기가 막히게 정해진다. 어느 집이든 시설, 교통, 치안, 가격 등의 조건이 완벽한 집은 없다. 하나가 좋으면 다른 하나가 안 좋기 마련이다. 우리가 집을 구할 때 고려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안전할 것 (대로변)  


    학교와 가깝거나 학교 버스 정류장과 가까울 것  


    친구들을 초대해 모임 할 공간이 있을 것  


    월세가 합리적일 것  





그렇게 제한된 정보로나마 괜찮아 보이는 집을 하나 구했다. 학교까지 걸어서 15분 거리 대로변에 위치해 있었고, 바로 앞에 학교 셔틀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부엌과 거실이 작았지만 방 두 개가 나란히 있어 하나는 침실로, 다른 하나는 거실로 꾸밀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에 비하면 사악하지만 여기 수준에서는 합리적인 월세 때문에 이곳으로 결정하게 됐다. 왓츠앱으로 집 주인과 필요한 서류를 주고받았고 그레나다에 도착하면 최종 계약을 하기로 했다. 






그레나다 공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우리가 계약한 아파트로 갔다. 그레나다 공항 - 학교 - 시내는 모두 멀지 않은 곳에 있어 10분 만에 바로 도착했다. 집주인도 나름 친절한 것 같고, 아파트 전체가 학생들이 사는 곳이라고 해서 안심도 됐다. 집도 한국에 비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깨끗하고 널찍했다. 그런데 우리가 한국에서 가져온 돼지코(플러그 변환 어댑터)가 여기 플러그에 맞지 않는 걸 알게 됐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빠르게 몰에 다녀왔다. 





약 40 세대 정도 있는 아파트다. 이 섬나라는 강렬한 색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 몰에서 타고 올 수 있는 학교 셔틀버스 안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였다. 우리는 정말 반가워했는데 친구는 좀 미안해하면서 자기는 이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그리고 이 아파트 집주인이 학생들 사이에 공유되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는데 몰랐냐고 물어봤다......... ㅠ 친구는 우리를 생각해서인지 괜찮을 거라고 위로해 줬지만 우리는 조금 우울해졌다. 친구가 이사 간다고 한 이유는 이랬다.


  

    뜨거운 물이 안 나올 때가 너무 많다(태양열을 메인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듯)  


    학교까지 거리가 걷기엔 애매하고, 버스 타기엔 사람이 많다  


    달마다 전기세가 많이 나왔다 적게 나왔다 한다  



그 얘기를 듣고 우리는 하루하루 긴장하며 살아갔다. 진짜 우리가 집을 잘못 구했을까...? 지나가면서 보는 다른 집들도 구경해 보고,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다른 집 공고도 계속 살펴봤다. 










그리고 이곳에 온 지 3주가 다 되어가는 지금, 결론적으로 우리는 우리 집에 만족하고 있다. 우리가 블랙리스트에 생각이 사로잡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있었다. 



  

    대로변에 있어 안전하고 저녁부터 새벽까지 경비원이 근무를 선다. (더 시설이 좋은 집들은 대로변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2주마다 한 번씩 집안 청소를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공간이 여유롭게 있다.  




그리고 친구가 말한 단점들은 생활하다 보니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보완이 됐다. 


  

    뜨거운 물이 안 나올 때가 너무 많다 > 진짜로 비 오는 날엔 뜨거운 물이 잘 안 나온다... ㅠ 하지만 학교 헬스장 샤워실이 정말 깨끗하고 잘 되어 있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학교까지 거리가 걷기엔 애매하고, 버스 타기엔 사람이 많다 > 학교 셔틀버스를 며칠 경험해 본 결과... 기다리고 시간표 맞추고 줄 서서 버스 타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낭비됐다. 그래서 업체를 통해 작은 경차를 하나 렌트했다.   


    달마다 전기세가 많이 나왔다 적게 나왔다 한다 > 아직 전기세를 내보지는 않았지만,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건 우리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전력 인프라의 문제였다.   




물론 앞으로 좀 더 생활해 보고 살아봐야 하겠지만 우리가 단편적인 이야기만 듣고 너무 겁먹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집은 없다. 결국 주머니 사정에 따라 결정하게 되어 있다. 여유가 있다면 위치와 시설 치안이 모두 좋은 곳으로 가면 된다.

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니... 제한된 예산 내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점을 정해두면 다른 부분이 힘들어도 감안하고(흐린 눈 하고) 만족하며 살 수 있는 것 같다.



집 구하기에 대한 고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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