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때
요 며칠 아파트주위 몇 군에 피어있는 철쭉을 보았다. 5월에 피는 꽃이 피어있다. 물론 보니 장미도 몇 송이 피어난 곳이 있다. 물론 여러 이유로 이 꽃들이 피었지만 반갑기도 하면서 지금 피어 어떡하나라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주말 농장을 해보니 각 씨앗들이 파종되는 시기가 있다. 맞추어 흙에 뿌려두어도 나오는 것은 꼭 발화시기가 아니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발화시기에 나오지 않고 잊고 있다 보면 어느새 싹이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다음 해에 나오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삶에는 나이별로 그때라는 것이 있다. 공부, 결혼, 출산등 적정나이에 이루어지면 좋은 때라는 것이 있다. 요즈음은 그런 시기의 폭이 많이 넓어지기도 했고, 각자의 삶의 때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많이 조심스러운 질문에 해당된다.
오늘 외출하고 돌아오면서 보게 된 철쭉과 장미가 집에 돌아와도 마음에 자꾸만 떠오른다. 11월에 보기 힘든 꽃이라 더 이뻐 보였다. 그러면서 다음 주면 추위에 너무 빠르게 지게 될까 봐 걱정스러웠다.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꽃피는 계절을 생각한다. 그런 시기가 아름답고, 오래가기를 바란다. 아마 오늘 본 꽃은 오히려 그런 시기가 두 번째인지도 모른다. 5월에 자기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펼쳤고 다시 기회를 얻어 피었을지도. 그러니 안쓰러워할 것이 아니라 감탄해야 하는지도.
꽃을 보면 나의 삶에 꽃피는 시기는 언제일까 생각해 보면서 마음이 어지러웠다. 지났다고 보면 다가올 미래가 너무 안쓰럽고 아직 피지 않았다고 보면 왠지 서글픈. 어느 쪽이든 마음이 편치 않다. 꽃자체로 보면서 행복해야 하는데 오늘 그러지 못한 것은 지금의 내 마음이 편치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때아닌 꽃에 심란스러운 오늘. 오늘은 이것으로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