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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맨 Mar 08. 2024

예의가 필요한 일들(feat.<인 디 에어>)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인 디 에어>(2010) 라는 영화가 있다.10대의 임신을 다룬 <주노>로 유명해진 제이슨 라이트먼이 연출한 영화다.

이 영화 속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 분) 는 '출장 해고 전문가'다. "유어 파이어드!(넌 해고야)"라고 직접 말하기 껄끄러운 사장님들을 위해 해고 사실을 통보하러 다니는 일종의 '해고대행업자'인거다.

인상적이었던 건 조지클루니에게 해고 통보를 받은 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어 욕하고 분노하고 울고불고하는 노동자들의 연기가 참으로 리얼했다는 것이다.(알고보니 감독은 해고노동자 역 대부분을 실제 해고된 경험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맡겼다고 한다.경험치 만렙의 '생활연기'였던 셈이다.)

    빙햄은 정리해고 대상이 된 직원들을 찾아가 해고를 알리면서 결코 싸가지없게 굴지 않는다. 과연 '전문가답게' 노동자들이 절망에 빠지지 않고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도록 격려해주며,눈물 콧물 흘리는 사람에겐 한 장의 티슈를 뽑아 건네주는 친절을 베푼다.그것이 최소한 인간으로서 가진 그의 직업윤리다.

실제로 미국에서 'Human Resources Consultant'라 불리는 해고대행업자가 있다고한다. 이는 해고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알려진 미국에서조차 해고는 '악역'이 필요한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불가피하게 생겨난 직업이 아닐까싶다.




얼마 전  KBS가 <전국노래자랑> MC 김신영을 1년 5개월만에 전격교체한 것을 두고 시끄럽다.  

'전국노래자랑' 역사상 최초의 여성 MC라고 뻑적지근하게 홍보한게 엊그제같은데 내쫒듯 나가라고 한게 볼썽사납게 보였던지 항의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진행자를 교체하는게 큰 문제는 아니다. 오늘 보도된 KBS 입장을 보면 김신영이 MC를 본 이후 2030시청층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60대이상 시청자의 호응은 떨어졌다고한다.그러니 요즘처럼 TV가 늙어가는 시대에 중장년층을 다시 붙잡고 싶은 건 당연한 계산일 수 있다.하지만,애초에 김신영 소속사 입장에 따르면 ' 마지막 녹화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MC교체를 제작진이 (윗선으로부터) 통보받았고,당황하여 소속사로 연락'했다는게 문제였던 거다.여기에 일부 언론에서 떠든것처럼  KBS측의 어떤 정치적인 판단이 있었는지는 알수 없다.

내가 얘기하고싶은 것은  정치적인 얘기는 아니다.

다만 MC교체라는 게 그렇게 막,단칼로 무자르듯 할 수 없다는 거다.더군다나 이런 인지도 높은 장수 프로그램일경우 더더욱. 방송국과 제작진의 심사숙고가 있어야 고,당사자에게도 어느정도 충분한 인지가 돼있어야한다는 얘기다.(방송국에선 사람 막 자르지 않아? 그러는데,특히 인기가 높은 프로일수록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후폭풍이 두렵기 때문이다. )   


솔직히 또한가지는 송해님이 있을때보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송해님의 <전국노래자랑>은 코로나 이전까지다.코로나 땐 사람들이 모일 수 없어 이 프로그램을 거의 재방으로 떼우고 있었다.

그 사이 중장년층은 트롯경연 대회를 보며 울고 웃고 자신들만의 영웅을 키우며 열광하고 있었다.  

TV시청률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져간다.어쩌면 코로나 이후에 더 가속화되었다. 모든 TV프로그램이 예전같지 않다,이건 팩트다.1년 반밖에 안된(프로그램 최초 최연소 여성 MC,KBS의 막내딸이라며 자랑하던)  MC한명이 감당할 문제는 아니란 거다.     


(문득 생각난 최악의 '해고의 달인' 트럼프)


그러니까,'해고'에도 예의가 있다.'이별'에도 예의가 있듯이.   

해고 당하는건 똑같은데 예의가 있건 없건 무슨 상관이야,라고 할 수 있지만 상처받기 쉬운 '쌉F'형 인간인 나같은 경우엔 그 격차가 참으로 클 것 같다.


<인 디 에어>에서는 조지 클루니의 새로운 후배가 등장하는데 그녀는(애나 켄드릭 분) 지금까지의 해고시스템을 '편리하게' 화상 인터뷰로 대체하려고 하면서 조지 클루니와 심각한 갈등을 일으킨다.

적어도 조지 클루니는 예의가 있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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