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1편을 재밌게 본 사람으로서,'평이 안좋다'는 후기가 많았지만 안보면 후회할 것 같아 개봉 다음날 관람했다.현재 누적관객수가 겨우(?) 59만명밖에 안된다.이렇게 사라질 영화인가싶어 이 곳엔 뒤늦게 후기를 올린다.
(* 영화의 부제 ‘폴리 아 되(Folie `a Deux)’는 밀접한 두 사람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신장애를 가진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감독 : 토드 필립스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레이디 가가 / 배급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 장르 : 드라마 / 개봉 : 10월1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137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 전작에서 아서 플렉이 사회와의 갈등 속에서 조커로 변해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면, 이번 <조커 폴리 아되>에서는 대중이 열광한 조커의 모습이 허상임을 강조하며, 아서 플렉의 내면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조커는 간데없고 말라비틀어지고 힘이 다 빠져버렸으며 우울하거나 멍한 '아서 플렉'이 2편의 주인공인 셈이다. 조커의 활약(?)을 기대했던 팬들의 배신감이 드는 부분이다.
<조커>는 관객과 평단의 열광적인 반응도 얻었지만 (1편을 통해 전 세계에서 10억달러(1조3200억원)를 벌어들였다) 잔혹한 범죄자에게 가슴 아픈 서사를 부여해 범죄자를 옹호한다는 거센 비판도 많았다.
토드 필립스 감독이 그런 여론에 대한 답을 준 걸까? 그런 여론이 토드 필립스를 괴롭힌 걸까?!
감독은 유튜브 채널 'Raiders Of The Lost Podcast'에서,
"이 영화는 언론과 사회가 개인에게 과도한 기대를 부여하고, 그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를 느끼는 상황을 다룹니다. 더 나아가,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랑이 실제 자신이 아닌 부풀려진 이미지에 대한 사랑임을 깨달으며 겪는 괴리를 표현한 작품입니다"라고 밝혔다.
감독의 이 인터뷰를 잘 읽어보면 부조리한 고담시의 전무후무한 악당으로 떠오른 '조커'가 아닌 '개인'의 아픔과 무거움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언론과 대중들에 의해 '수퍼스타 살인마'가 됐지만 아서 플렉은 이번 영화엔 '악당다운'모습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뼈가 드러나는 구부러진 어깨처럼 그는 한껏 움츠러든 모습이다. 감독은 조커는 부조리한 사회가 만든 괴물일 뿐 내면의 진짜 모습은 겁많고 소심하며 찌질한 사람임을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정신병동 안에서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리(레이디 가가) 도 결국 조커가 '나는 조커가 아니다!'라고 선언하자 그를 가차없이 떠난다. 아서는 조커일 때 사랑받고 추앙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 대목은 얼마나 슬픈가!
( 리는 아서가 갇힌 독방으로 그를 찾아와 처음 사랑을 나눌 때,조커에게 빨간립스틱과 파란 아이쉐도우로 '조커' 분장을 시켜준다. 리가 사랑한 건 '조커'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서 플렉의 재판 내용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교도소와 재판정을 오가는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은 망상뿐이다. 아서 플렉은 '조커'로서 운명의 상대 리 퀸젤과 아름다운 무대에서 자유롭게 사랑하며 세상을 도발하는 상상을 하고, 그 장면들은 영화 내내 뮤지컬 형식으로 쉼 없이 이어진다.
문제는 아서의 현실이 큰 사건이나 범죄 없이 진행되는데다가 유명한 팝 넘버로 가득찬 노래가 계속 이어지니 전체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아름답고 완벽한 조명과 세트안에서 레이디 가가가 가수로서 실력을 뽐내고 호안킨 피닉스가 절절한 노래를 불러도 큰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두 배우는 (레이디 가가의 제안으로) 현장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니코틴에 쩌든듯한 갈라진 목소리와 다소 떨리는 호흡이 느껴지는 호아킨 피닉스에 비해 레이디 가가의 노래는 너무도 프로페셔널 하다보니,조커와 할리퀸의 광란의 사랑이란 느낌보다,잘 다듬어진 쇼를 보는 것 같아 오히려 감상에 해가 되는 측면도 있었다.
게다가 리 퀸젤은 스스로 '할리퀸'임을 자처했으나 별다른 활약이 없이 아서 주변에 머무를 뿐이다.그녀는 교도소를 나간 후 아서의 망상 속에만 활약한다.
충격적인 건 엔딩이다.전편을 비롯해 '다크나이트'와 '배트맨' 시리즈를 장악했던 조커가 결국엔 존재자체를 부정당한 느낌이어서 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이렇게까지 한다고? 고작 2편에서? 그런 느낌이랄까.속편에 절대 출연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가지고 있었다는 호아킨 피닉스는 이 결말 때문에 출연을 결심했을지도 모를일이다.
감독의 의도가 어떻던 간에 나 역시 이번편에서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하지만 영화가 끝나고난 후 오히려 영화의 여운이 짙다.재밌진 않았지만,흥미로운 영화랄까 ..조커는 없지만 아서플렉이란 찌질한 한 남자에 주목해보면 더 재밌게 감상하지 않았을까싶다.(아이러니하게도 '조커'에 대한 기대를 버려야한다)
또한 호안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미친 연기력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본 걸 후회하지 않는다. <스타 이즈 본>에 이어 <하우스 오브 구찌>의 악처역까지 찰떡같이 해낸 레이디 가가는 할리퀸 역에 잘 어울린다.(노래를 너무 잘해서 탈(?) 이지만..) 호아킨 피닉스는 정말 명불허전이다.전작에 이어 20kg을 감량한 그는 정말 애처로울 정도로 메마른 진짜 아서 플렉으로 보인다.그의 구부러지고 튀어나온 좁은 어깨뼈마저 열연하고 있다.이게 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지점일 정도다.
영화는 남들 본 후기만으로 평가하긴 힘든 것 같다.
궁금하신 분은 편견(?)만으로 관람포기하기보다 영화관에서 보셔도 좋을 것 같다.
나는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이 영화도 사운드와 미장센이 중요하기에 극장이 아니면 안되는 영화이기때문이다.
내 맘대로 랭크 : B
P.S : 호아킨이 직접 부른 노래(제목: If you go away)인데....아서가 재판장을 빠져나가 버린 리에게 전화로 불러주는 노래다.이 노래는 1959년 자크 브렐의 노래 "Neme kitte pas"를 로드 맥쿤의 영어 가사로 각색한 것으로 귀에 익숙한 곡이다.
호아킨은 노래도 잘 불러요.공기 반 소리 반 .. 가창력이 아니라 진짜 아서 그 자체가 돼서 불러요.
( 참고로 밤에 혼자 들으면 쌉 F는 눈물 남 ..)
https://youtu.be/hDJ2t147k5k?si=mAPzqwiGqYV_FCf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