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될까요? 그 딸 엄마가 키워주셔야 할 텐데요.
끈이 엄마! 끈이 엄마! 저 드라마 제목 봤어? 완전 웃겨!!
시댁에서 소파와 한 몸이 된 채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웃어 댔다.
MBC 드라마 "딱 너 같은 딸"
처음 봤어? 난 몇 번 지나다가 봤는데? ! 웃겨?
아~ 제목 진짜 최고다!!
남편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아무도 동조하지 않는 웃음을 한참 동안 참지 못 했다.
딱 너 같은 딸 낳아봐라!
누구나 그랬을 듯, 나도 자라면서 참 많이 들었던 말이다.
물론 많이 '들었'지만 꼭 그 대상이 나만은 아니었다.
우리 엄마에겐 나 말고 자식이 하나 더 있는데 아마 주 대상은 그녀였던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면 지금도 엄마는 나 같은 딸은 무난하게 잘 커서 10명도 더 키울 수 있겠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이다. (살짝 으쓱^^)
물론 그녀를 키움에 있어서 엄만 많이 뿌듯해하셨다. 그녀는 남다른 머리를 갖고 태어나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고 똑똑했다. 학창시절에는 상장이 서랍 속에 수북이 쌓였고, 소위 명문대학에 들어갔으며 그 곳에서도 4년간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었던 그녀는 현재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그녀를 시집 보내며 등에
AS 불가, 반품 금지!
라고 써서 보낸다 하였다.
결혼 후에도 엄마께 "꼭 너 같은 딸 낳아봐라"를 유발하던 그녀는 결국 꼭 같은, 아니 더 심한 딸을 낳아 예쁘게 포장하여 엄마에게 보내며 말했다.
엄마가 키워줘.
덫에 걸려들었다. 엄마가 종종 읊조렸던 그 저주의 덫에 엄마가 걸려들고 말았다.
그렇게 3년을 엄마는 그녀와 꼭 닮은 손녀를 맡아 키우셨다.
엄만 아마 모르셨을 것이다.
생후 24개월에 '머리 쾅! 아야 해버릴 거야!'라며 반항하던 손녀를 3년 만에 다시 그녀의 품으로 돌려 보내던 날 엄마는 많이도 우셨다.
비록 안 먹고, 안 자고, 떼 쓰고, 반항하던 손녀였지만
어린 나이에 엄마와 멀리 떨어져 할미 밖에 모르고 살던, 할미가 세상 최고였던 애잔한 그 아이가
다시 그녀의 손에 이끌려 지구 반대편 낯선 나라로 가던 마지막 모습을 본 엄마는 꺼이 꺼이 울며 한 마디를 뱉으셨다.
장**(그녀), 얘는 꼭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해! ! !
세상이 참 좋아져 그 멀리에서도 와이파이만 켜지면 얼굴을 보며 얘기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시차 때문에 하루에 통화할 수 있는 기회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뿐이지만 그래도 할미는 꼬박 꼬박 그녀를 꼭 닮은 딸과 영상 속에서 만난다.
물론 통화 중에도 손녀의 악동 스타일은 계속되지만 말이다.
요즘 그녀는 매일같이 가족 카톡방에서 하소연이다.
엄마, 사랑이가 자꾸 아이스크림만 먹어. 이 추운 겨울에-_-
엄마, 사랑이가 이 좋은 리조트에 와서 온갖 맛있는 음식 다 차려줘도 망고주스 말곤 입도 안 대네. 아이참. .
엄마, 사랑이 여기서 유치원 가는 것 포기했어요. 다른 애들은 다 선생님 이야기 듣고 앉아있는데 저만 혼자 뒤에서 기차 놀이하고 놀아.
엄마, 오늘 엘사 공주님을 보러 갔는데 사랑이는 공주님 하나도 안 예쁘다며 사진 찍기를 거부해서 사랑이만 못 찍었어요.
3년간 엄마에게 맡겼던, 자신보다 더 한 딸과 하루 하루를 보내며 매일 마음에 참을 인을 수 없이 그리고 있다는 그녀가 얼마 전 영상통화 중 딸의 귓가에 무언가 속삭였다.
이윽고 그녀의 딸이 할미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할미! ! ! 한국 가면 키워쥬세여~~~~!!
그리고 정확히 열흘 뒤면. .
그녀와 꼭 닮은 딸이 돌아온다.
Coming soon~~~!!!
엄마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