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빌림 Apr 15. 2024

시간을 대하는 어색한 태도

가끔 그런 나를 마주하는게 무서울 때가 있다

수요일, 충동적인 행동을 그만하고 싶어졌다. 


 생각이 들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과 대범함은 나를 용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 학창시절 내내 엄마에게 필요한 준비물을 말하는 게 어려워서 2주는 끙끙앓던, 용돈이 부족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어린 나는 이제 없다. 고민하는 시간이 아까워졌거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소중했다. 그래서일까, 


"생각하지 마. 고민하지 마."


라는 마법의 주문을 외치다보면 계획하지 않는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렇게 1년이 지나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그런 내가 나쁘지 않았는데


“아 이거 위험한데.”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었다. 내 뇌로부터 발끝까지 텅텅 빈 느낌이 들었다. 내 몸이 깡통처럼 느껴질 때 비로소 소름이 끼쳐 나의 존재가 역겨웠다. '인간이랍시고. 절제하지 못하다니.' 먼지가 쿱쿱 쌓인 끈적한 플래너를 대충 털어내곤 미친듯이 펜을 쥐고 쓰기 시작했다. 사고하는 힘, 사고를 통해서 결정을 하는 힘. 지금이 아니면 나를 컨트롤하지 못할 것 같은 공포.



목요일 밤, 알 수 없는 이유로 심장이 뛴다.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생사와 직결된 씻고 자고 청소하고를 제외한 슬슬 덜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되는 시점. 사실 그렇게 놓친 것들이 중요함에도. 그래서 주말은 그런 것들을 다시 채우는 시간이다.


일어나자마자 도시락 재료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며 샤워를 빠르게 마친다. 데워진 따뜻한 밥과 반찬을 옮겨 담아 식히는동안 머리를 손질하고 커피를 내리며 요리를 도시락통에 정성스레 담는다. 전날 생각해둔 옷을 갈아입고 내린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6분동안 지하철 역을 향해 질주한다. 그렇게 출근-점심-퇴근. 지하철에서 저녁을 생각하고 집에 빠르게 도착하여 잠옷으로 환복하고 차려 먹는다.


 일과가 끝나고 누웠을때 갑자기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원인도 모르고 답답하게 한시간. 잠에 들지 못하고 제 기운에 지쳐 기절할 때까지 버틴다. 숨이 턱 막혀도 딱히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압박감에 답답하다가 허무함에 다 필요없다는 듯, 무언가를 정리하려들고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 들어 배가 고프지만 귀찮아서 냉장고 문을 다시 닫아버려.


이 모든 감정은 보호대를 차지 않은 손목이 아려와서이길…


하지만 바쁜 삶을 환영한다. 다만 이 답답함도 못느낄만큼 바쁘길 원하면서도 사고하는 삶을 보내고 싶어하는 이 모순점이 거대해졌다. 이렇듯 '시간'과 어색한 나날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