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느냐 묻는다면
사기, 살아가기
내 소유가 아닌 집에 금전적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이 가전기기와 리빙용품 하나가 내 모든 하루에 있어서 윤택함을 1g이라도 준다면 기꺼이 지불할 의사가 생긴거다. 최근 구매한 걸 나열해 보자면, 내가 좋아하는 딥그린색의 수납함 4개와 고체형 구연산-손에 묻지 않고 좋다-, 올인원 충전기 등등. 사실 이것들이 없어도 잘만 살아왔는데, 1초라도 내 삶을 편하게 만들어 줄 것 같으면 이렇게 막 사들이는 것이다. 이 집은 내 집이 아닌데. 어떻게 해서라도 내 집처럼 마음이 편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인 것일까?
어제와 그저께에도 다른 사람들이 내게 같은 말을 한다. “최근에 자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내가 임시로 소유하고 있지만 내 것이 아닌, 그것은 집뿐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문득 스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주 이사를 해야 하는 월세의 지겨움도 내 것이 아니었고 매번 달라지는 동네와 환경도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
유일하게 나의 것은 그 모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묵묵히 살아감을 택한 ‘나’일 테다. 그래, 확실하고도 유일한 것에 모든 마음을 쏟아야 한다는 걸 다시금 자각한다. 그렇게 일기장 끝줄에 느지막이 마무리한다.
더 나은 삶, 사기(buy)가 아닌 살아가기(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