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못해 산다는 게 여기까지 왔다
여태껏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니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나 자신을 죽여왔는지 헤아릴 수가 없다.
문제는 앞으로 또 얼마나 그러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 살아보니 이 말의 뜻을 조금 이해할 것 같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하고 말이다.
어느 누구든지 내가 왜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있다면 그건 그저 그렇게 믿는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지나간 시간, 세월을 돌아보면 각각의 공간, 순간, 시간에는 어김없이 나를 잃어버린 또 다른 내가 한 곳을 응시한 채 서있었다.
그 시간들 속에 녹아있는 흔적, 음악, 향기는 가슴 언저리에서부터 온통 동요시키고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울컥 울리고, 마음 한구석을 저미게 한다.
죽지 못해 살아간다.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삶의 모든 것이 나의 중심에서 돌아가질 않는다.
그냥 모든 것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차라리 눈을 감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들고 왠지 모를 미어짐으로 울컥하게 하여 나를 슬프게 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게 만들었다.
마음이 답답하다.
용기도 없고, 열정도 없고, 열망도 없고, 희망도 없다.
옥상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봐도, 바다에 흐르는 물을 쳐다봐도 죽을 자신은 없다.
죽지 못해서 그저 숨만 쉬고 있다.
살아도 살지 않은 것처럼
살아도 죽은 것처럼 숨만 쉬고 있다.
어느 선택도 그리 쉽지 않으니까.
하루에 끝이 너무 멀어 내가 머물러할 곳이 어디인지 조차도 모르겠다.
'숨' 쉬는 것조차 귀찮아서 죽고 싶은 날도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주먹을 꽉 쥐어본다.
주먹 쥔 손바닥을 펴보면 손톱자국이 선명하게 보인다.
눈물은 날듯 말 듯 흐르지도 않는다.
마음이, 세상이 너무 메마른 것 같아서 죽고 싶은 날도 허다했다.
가끔은 유서를 써보기도 했다.
언젠가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런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면 나도 그저 져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딱 이때까지만 살아볼까? 하다가도 마음은 그러질 못한다.
조금이라도 더 숨 쉬려고 하면 다시 뭔가가 옭아맨다.
'나는 어디에 묶여 있는 걸까?'
숨이 붙어있는 한 살아야 하는데......
산다는 건 뭘까?
산다는 건 죽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죽지 않는다는 건
숨이 붙어있는 한 계속 숨을 쉬는 것이다.
죽지 못해 억지로 사는 게 아니다. 닥친 삶의 위기에서 일단 살아남아서 악착같이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