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부터 입대까지의 이야기
오랜 시간 인생의 목표와 원대한 비전을 갈구했다. 그렇게 커리어와 목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반복했지만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닮고 싶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훌륭하고 멋진 분들을 뵙고 존경하면서도 롤모델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뚜렷한 목표와 꿈을 갖고 동기부여를 받으며 살아가는 분들이 부럽기도 했다. 아니, 솔직히 지금도 여전히 부럽다. 목표의 크기를 떠나서 단기 혹은 장기로 목표를 따라간다면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데에 조금 더 몰입하고 조금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테니까. 꿈만 보고 달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뚜렷한 목표에 시선을 꽂고 달린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너무 잘 이해해서, 그래서 더 부러운 것 같다.
어릴 적 꿈은 경찰이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총 300명의 정원 중 200등에도 들지 못했던 나는 경찰대학의 존재를 알기 시작한 때부터 경찰대 입학만 바라보고 치열하게 달렸다. 가장 먼저 중학교 수학 교과서 3년 치를 중고 책방에서 공수해와서 1학년 겨울방학 동안 3 회독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수학이었기에 가장 성적이 낮았고, 발목을 잡히지 않으려 정말 하기 싫은 것부터 해치우자는 생각이었다.
이 방법이 맞는가에 대한 질문도 던지지 않았다. 애초에 어떤 공부 방법이 통하려면 가능성이 보여야 하는데, 가능성을 떠올리기보다 눈 닫고 귀 막고 그저 스스로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네가 경찰대? 웃기는 소리 하네"라고 코웃음을 칠 정도로 당시의 성적으로 경찰대는 이성적인 판단과 체계적인 스텝을 밟아가며 달성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온전히 스스로를 믿은 대가로 수학 성적은 가파르게 올랐다. 이는 촉매가 되어 스스로를 더 자극했고, 학교 경비아저씨보다 일찍 출근(?)하고 자물쇠 잠그고 나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과목들도 하나 둘 성적이 좋아졌다. 조금은 지독했던 것 같다. 체육대회 농구 시합 중에 다리가 골절되어 허벅지 위까지 통깁스를 한 와중에도 그렇게 공부하다 척추측만과 디스크까지 얻어버렸으니.
아무튼 그렇게 높은 석차를 유지하게 되었으나 두 차례 도전 끝에 결국 경찰대학을 가는 데에는 실패했다.
살면서 가졌던 유일한 목표가 너무나 무겁고 강렬했기에 그것을 덜어낸 모습은 초라해보기까지 했다. 인생에 아무런 흥미도 동기도 없었다. 아무튼 대학은 갔고, 그렇게 한 학기를 술자리와 클럽에 휩쓸리듯 보내다 클라이맥스로 마카오 카지노에서 조금 있는 돈까지 다 써버리고 자원입대를 하게 된다.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