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기 어려운 아이들에게
모든 학부모님들께서는 우리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합니다. 모든 학부모님들께서는 우리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합니다.
뜨거운 사랑을 하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했지만 결국 이혼으로 갈라서는 부부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또 사회에서는 <함께하는 것>의 가치를 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함께"라는 가치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것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신체적인 열등함을 이기고 지구에서 생존할 수 있었던 것도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라는 가치를 존중하고 실현하는 것을 의미있는 일이라 여깁니다.
참 어렵습니다.
중요하지만, 어렵습니다.
이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하고자 일선의 교사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함께"라는 가치를 교실 속에 효과적으로 녹아내기 위해서 여러 형태의 수업활동을 제안합니다.
짝활동
모둠활동
동아리활동
학생회활동
등등 여러 형태의 활동을 수업속에서 적극 활용하고자 노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협동성을 쉬이 길러지지 않습니다. 낙숫물로 바윗돌도 뚫는다는데, 이렇게 오랜시간 공을 들인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함께 하는 힘은 점점 약해져 가기만 합니다.
당장 10여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아이들은 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그 개인적인 성향이 개인 위생의 부분과 딱 맞닿아 시너지 효과가 크게 발생하였답니다.
작년 1학기까지 학교 책상에는 개인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네모난 독서실 책상같은 공간에서 3년째 생활하였습니다. 그러다 2학기에 들어서면서 가림막을 제거하고 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는 그날의 기쁨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드디어 짝이 생긴다며 들뜬 목소리로 기뻐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뻐하던 것도 잠시, 다시 떨어져서 앉고 싶다는 아이들이 속출했습니다. 붙어있으니 불편하다, 개인 공간이 적어지는 것 같다, 짝이 마음에 안든다 등등 이유는 수십가지였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뤄왔던 짝활동 모둠활동을 하는 것은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짝이 연필을 안가져왔으면 하나 건네는 것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일상적인 일이 아니었습니다. 지우개가 없으면 짝에게 빌리는 일도 스스로 하지 못했습니다. 둘이서 한 공간을 함께 청소하는 일은 더더욱 힘들었습니다. 두사람을 복도청소당번으로 지정하면, 둘이 함께 복도를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씩 돌아가며 청소를 했습니다. 친구가 발표를 하면 친구 이야기를 듣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도 듣는 이가 없는 이야기는 허공에 맴돌았습니다.
그런데 모든 학부모님들께서는 우리 아이가 "혼자"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합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노나요?"
"누구랑 친하게 지내나요?"
"쉬는 시간에 혼자 있지는 않나요?"
학부모님들께서도 "함께"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아시기 때문이겠죠. 많은 아이들이 "함께" 부대낄 수 있는 공간이 학교이기도 하겠지요.
아이들은 혼자이고 싶으면서도 함께이고 싶어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혼자기인 심심하니 불편함 없이 함께이고 싶어합니다. 함께 하는 데에는 분명 갈등상황이 함께 뒤따라 옵니다. 갈등상황이 없으려면 혼자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가지의 이점을 모두 누리고 싶은 욕심쟁이 같은 마음은 교실 속의 모든 관계를 어렵게 합니다.
우리는 이 욕심쟁이 같은 아이들에게 뭐라고 해주어야 할까요?
저는 일단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려줍니다.
함께 해서 가장 즐거운 것은 "놀이"입니다.
1단계
가장 쉬운 놀이는 보드게임입니다. 서로의 신체를 터치하지 않고 각자의 개인 공간이 확보된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보드게임을 여러 세트 준비한 다음 수업 시간을 할애하여 신나게 가지고 놉니다. 수업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는 놀이방법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그리고 더 "재미있는" 활동으로 인식시켜주기 위함입니다. 공부시간에 노는 것이 제일 재미있지 않을까요. 물론 수업과 관련된 보드게임을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학습내용과 관련한 보드게임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ㅎㅎㅎㅎ)
보드게임을 한번 펼치고 나면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함께 모여서 놀이를 하게 됩니다. 목적없이 뛰어다니거나 문을 열고 닫으며 장난을 치던 아이들이 앉아 있기도 하는 진기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보드게임은 놀이를 하다가 다투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놀이의 방법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툽니다. 하지만 방법이 명확한 놀이 속에서 그 다툼의 해결은 비교적 쉽습니다.
2단계
아이들이 함께 노는 것이 즐겁다는 것을 체험했을 때 쯤, 몸으로 하는 놀이로 넘어갑니다. 이 때에는 체육시간을 적극 활용합니다. 체육시간 본 활동에 앞서 몸풀기 활동으로 여러 게임들을 활용합니다. 꼬리잡기, 왕게임, 가위바위보 달리기, 달리기 빙고 등등 팀을 나누어 할 수 있는 놀이들을 활용합니다. 팀을 나누어 게임을 하다보면 누구 한명을 탓하게 되고 우리 팀이 질 경우 실의에 빠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수업 전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게임이라 그 시간이 길지 않아 부정적인 감정에 빠질 시간도 짧습니다.
이 놀이가 반복되다 보면 누구를 탓하는 일도, 우리 팀이 졌다고 해서 실의에 빠지는 일도, 심각하게 승부에 집착하는 일도 서서히 줄어듭니다.
이 시간을 즐겁게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득하는 시간입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있었던 놀이들을 변형해서 쉬는 시간을 즐깁니다. 자신들만의 "놀이"가 생겨납니다.
제가 목격한 아이들의 놀이는 실내화 던지기, 병뚜껑 멀리보내기, 좀비게임 등등 있었습니다.
3단계
이제 다음 단계는 온전히 아이들 힘으로 놀아보는 것입니다.
수업시간에 했던 놀이의 방법을 변형해서 수업시간에 해보기도 하고, 놀이 시간을 몸풀기용이 아닌 본 수업용으로 길게 잡아보기도 합니다. 경쟁의식과 함께 협동심도 길러집니다. (하지만 지나친 경쟁의식을 가진 친구들이 아직 몇몇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이 단계의 아이들은 팀을 짜서 축구시합을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고학년의 경우, 반별 대항전을 꾸리기도 합니다. 엔트리를 짜고 시간약속을 잡고 대진표를 만들어 선생님도 보러오라고 손짓합니다.
이렇게 놀이에 대한 즐거움을,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아가는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해주어야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역지사지> 입니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누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지켜야하는 것도 있는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어야 합니다.
함께 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봐야 한다는 걸 꼭 알려주어야 합니다.
물론 한두번으로는 안됩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그 몇년동안은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지켜보고, 돕는 일은 마치 수양과 같은 과정이니까요.
도를 닦는 마음. 그 마음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해보는 마음은 학교에서만 듣는다고 길러지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부모님, 부모님께서 꼭 해주셔야 하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