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회사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주재원을 보내는 것일까?
주재원이 그 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을 회사에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주재원들은 이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회사가 직원을 믿고 그 큰 비용을 지불한 만큼, 주재 기간동안 자신이 가져간 돈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주어야 한다. 즉, 자신이 주재원으로 나오기 전 받은 연봉이 1억이라면, 주재원 패키지에 드는 비용이 3-5배이므로 회사는 적어도 나에게 3억에서 5억을 쓰는 셈이다. 회사에게 나를 주재원으로 채용함으로 인해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려면 적어도 내가 받아 가는 돈의 3배이상의 가치를 가져다 주어야 한다. 말하자면 연간 9억에서 15억 정도를 벌어다 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주재 기간은 보통 2-4년인데, 회사의 사업결과나 정책 방향이 달라지면 약속된 주재기간은 언제든 철회할 수 있다. 따라서 주재원은 계약직과 매우 비슷하다.
그럼 주재원이 되는 건 쉬운가? 절대 그렇지 않다.
짧은 주재 기간동안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려면 현지 직원들과의 팀웍이 필수다. 그래서 현지 직원들의 신임을 최대한 단 시간에 얻어내야 한다. 나는 현재 스페인계 에너지 회사에서 미국지사 주재원으로 일하고 있다. 다른 스페인 주재원들은 현지 직원들에게 단시간 신임을 얻어내기 쉽다. 본사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어 현지인들이 일단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스페인계 회사에서 일하는 외국인 주재원이라 현지인들은 ‘도대체 쟤는 뭐가 그렇게 특별하길래 우리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면서 주재원으로 있는 거냐?’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처음 캐나다 회사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주재했을때도 로컬 직원들의 시기 질투로 한참동안 힘든 시기를 겪은 적이 있다. 백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아시아인 주재원인 나에게는 공손하지도 협력적이지도 않았던 로컬직원들의 태도에 힘들었었는데 나중엔 그들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해보니 왜 그런지 쉽게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많은 것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3-4년이라는 짧은 주재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감은 오직 나만의 것이다. 현지 직원들도 이를 같이 공감해 줄거라 기대는 마라. 이건 마치 사장님이 자신이 느끼는 회사 경영의 부담감을 회사의 경비실 직원들도 같이 공감해 달라고 전사회의에서 연설하는 것과 같은 거다.
회사가 주재원을 내 보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그 나라에서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혹은 그 나라에서 말아 먹은 사업을 빨리 정리 하기 위해서.
첫째, 자신이 둘 중 어떤 목적으로 주재원으로 파견되었는지 명확하게 파악안다.
회사의 목적이 성장에 있다면, 현지인들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데 아주 좋은 조건이다.
현지인들중 누가 무엇을 어떻게 잘하나 관찰한 뒤 목적에 맞게 같이 협업을 구상하고 성공시, 성공 보수와 영광을 함께 제대로 나누면 된다. 현지인들 중에는 업계에서 마당발인 놈들이 꼭 하나 둘은 있다.
그럼 이런 동료를 적극 자신의 팀원으로 구성해서 다른 회사 사정을 모니터링하는데 지원해 줘야 한다.
어차피 결국 상대적으로 우리 회사가 경쟁사보다 얼마나 잘했나로 평가될 수 밖에 없으니 경쟁사를 아주 잘 모니터링 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사업을 정리하기 위해 보내진 경우라면,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현지인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을테고 대부분 협조를 하지 않는다.
협조를 하면 자기네들 밥줄이 끊길테니 아무도 정보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럴때 주춤거리면 죽도 밥도 안되며 당신이 느리작 거니는 일분 일초가 회사에서는 비용으로 지출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사업을 정리할 땐 번개같아야 한다.
빠르면 빠를 수록 그 만큼 회사의 비용지출을 아껴주는 것이니 당신은 돈 값을 하는 셈이다.
외국 회사에서 외국인 주재원으로 살아남는 방법은 회사에서 내가 받은 돈이 얼만지, 그리고 나는 회사에게 얼마를 더 벌어다 줄지 항상 생각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