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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 Apr 12. 2024

그건 무슨 맛이니?

 나는 반에서 간식 가져오는 걸 금지한 적은 없었다. 자유롭게 하면 된다. 올해는 유독 학생들이 간식을 도떼기시장만큼 바리바리 싸들고 등교한다. 본 적도 없는 여러 과자들의 향연이 펼쳐지는데 급식을 먹고 올라오는 순간 간식 축제가 열린다. 덕분에 반에서는 달콤하고 매콤한 냄새가 떠나질 않는다. 과자 중독인 나로서는 향기롭다고 느꼈지만 결국에 간식 금지령이 내려지고 말았다.

 간식 주머니에 조금씩 싸 와 혼자 먹기보단 나눠 먹는 분위기인 거 같은데 꼭 미꾸라지가 끼기 마련이다. 얄궂은 석민이가 친구들의 간식 주머니를 탐내기 시작했다.

 "야! 허락 맡고 먹으라고!"

 "(이미 몇 개를 뺏어 입에 넣으며) 나 좀 먹을게~."

 얄밉기 짝이 없다. 그러다 바닥에 과자가 흐르고 발에 밟혀 부스러기가 되고. 교실 바닥이 엉망이 되고 나서야 한번 주의를 줬다. 그렇게 생긴 규칙이 아래와 같다.

 1. 자기 간식 들고 오기.

 2. 남의 간식 달라고 하지 않기(서로 교환은 가능).

 3. 먹고 생긴 쓰레기는 알아서 치우기.

 4. 반에서만 먹기.

 간식 합법화가 명명백백해지자(그전까지 간식을 들고 오라 마라 얘기도 안 했었다) 우리 반에서 간식 붐이 일었다. 너도 나도 간식을 들고 와 먹으며 내게도 몇 개를 건네었는데 달고나 사탕, 마이쮸 등 젤리 외에도 과자가 여럿 있었으나 하나도 받지는 않았다. 그러다 하루는 한 학생이 과자를 두고 갔는데 쪽지가 가관이었다. 예쁘게 접은 색종이나 편지지는 고사하고 투박한 종이 쪼가리였는데 보아하니 영어 공책 끄트머리 같았다. 사랑한다는 말이었는데 내가 없을 때 급하게 쓰고 나간 건지 뭔가 급박한 느낌이 담긴 쪽지였다. 다음 날 그 남학생을 불러 쪽지만 받겠다고 하고 돌려줬다.

 그러다 두 번의 사건이 생겼다. 하나는 라면 수프와 라면 부스러기를 된통 바닥에 쏟아서 경고 한 번(우리 때나 지금이나 라면 부숴 먹는 건 인기인가 보다). 또 하나는 간신히 얻은 자유 시간에 과자 파티를 했는데 쉬는 시간에 다른 반 학생에게 몰래 줬다가 한 번. 그 후로 반에서 간식 냄새는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난 먹지 못했던 그 간식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처음 본 형형색색의 간식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새로운 과자와 젤리는 다 어디서 오냐며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교사까지 친구 같을 순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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