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그리고 『원스』
‘영화, 보고서’가 열 번째 시간을 맞이했다. 2022년에 발행하는 마지막 기록물인 만큼 특별한 주제로 심심한 고찰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만남을 통해 ‘인연’이 완성된다. 오늘 살펴볼 작품에는 특별한 만남을 계기로 인연이 된 네 명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서늘한 밤공기와 바람에 나부끼는 함박눈. ‘겨울’이라는 특정한 시기를 나타내는 상징들이 더해져 이들 만남은 마치 이 계절의 온도와 맞닿아 있는 듯하다.
계절의 분위기 혹은 그 온도가 스크린 속에서도 느껴지는 것만 같은, 흔히들 말하는 ‘계절감‘이 물씬 풍기는 두 작품에 주목해 보았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한 다이어리 하나가 놓여있다. 여기에 로맨틱한 만남까지 곁들여진다. 아름답게 흩날리는 눈송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연인들의 낭만적인 이야기는 이 계절의 온도와도 닮아 있다.
시종일관 낙천적이면서도 때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곤 하는 ‘브리짓 존스’. 그럼에도 그런 그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꾸밈이 없는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매 순간 ‘사랑’이라는 감정 앞에서 한없이 투명해지는 우리 모습과도 닮아 있어 그녀의 행복을 저절로 응원하게 된다.
우리 인생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그 모습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고 사랑할 줄 아는 인연을 만날 확률은 과연 몇이나 될까. 뒤에서 묵묵히 나를 바라봐 주는 사람이야말로 그 어떠한 가치와도 맞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란 것을.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난 그들이 함께 써 내려갈 페이지에는 어떠한 낭만적인 이야기가 채워지게 될까?
『원스(Once)』, 2007
한적한 밤거리, 낡은 기타를 통해 지나간 과거를 노래하는 남성에게 말을 건네는 여성. 그렇게 그들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화려한 기교도 꾸밈도 없는 카메라 앵글을 따라 이들 감정에 솔직하게 부딪혀 보는 것.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즉흥적인 연주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이들 모습은, 낯선 장소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마주하는 떨림과 기대감을 여과 없이 담아낸 낭만적인 분위기를 품고 있다. 여기에 ‘음악’과 ‘인연’을 바라보는 두 남녀의 투박하지만 진실된 마음까지 더해진다. 낭만적이면서도 담백한 이 계절의 온도와 맞닿아 있어 이맘때 즈음이면 생각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달까.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된 음악적인 교감, 그리고 그 이상을 넘어선 인간적인 감정을 공유한 두 남녀. 비록 이들 관계는 그 계절을 닮은 쌉쌀한 온도를 머금은 채로 끝이 났지만, 헤어짐을 통해 완성되는 인연도 있다. 이별을 마주할 줄 알아야 비로소 새로운 만남을 시작할 수 있음을.
© 2022. 박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