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리고 『윤희에게』
작은 사건이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짐을 의미하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이론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열두 번째를 맞이하는 ‘영화, 보고서’의 주인공은 바로 ‘용기(勇氣, courage)‘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용기는 놀라운 결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오늘 마주할 두 작품을 통해 ‘용기’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목해 보고자 한다. 온 세상을 하얗게 덮는 포근한 소복눈처럼, 우리 마음을 따스하게 채워 줄 그들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당신이 잠든 사이에(While You Were Sleeping)』, 1995
몰래 짝사랑하던 ‘피터’를 사고에서 구하고 얼떨결에 그의 약혼자가 되어 버린 ‘루시’. 크리스마스 전후가 배경이 된 전형적인 로맨스 코미디답게 유쾌한 시너지를 느낄 수 있었달까.
뭇사람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거짓이 탄로 날까 전전긍긍하는 그녀와 달리 ‘피터‘의 가족들은 그녀를 식구처럼 따스하게 환대해 준다. 그들은 매년 외로움을 홀로 감내해야만 했던 ‘루시’에게 미래를 응원하고 존중하는 가족 이상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관전 포인트라 한다면 유일하게 그녀를 의심하는 약혼자의 동생 ‘잭’과의 만남일 것이다.
늘 공허함만이 가득했던 가족의 빈자리를 채워 준 인연들과의 만남은 그저 갑작스럽게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아니었다. 비록 짝사랑하던 상대였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나설 수 없었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스스럼없이 뛰어든 ‘용기’가 그 기적을 일으킨 셈이다. 그녀의 용기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가족의 따뜻함과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며 느끼는 행복을 이끌었던 것이다.
『윤희에게(Moonlit Winter)』, 2019
마음을 담아, 윤희에게. 편지 한 통에서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는 아리지만 마음 한구석에 포근함을 간직한 이 계절과도 닮아있는 듯하다. 그리운 이에게 묻는 안부가 이토록 담담하게 마음을 적셔올 수도 있다니.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꿈속에서도 그 모습을 그릴 만큼, 첫사랑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그들의 사랑이 얼마나 찬란하고 반짝였을지. 하지만 아직 세상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그녀들의 ‘용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어루만질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은가 보다.
불행한 삶을 살아왔다는 ‘윤희’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담담하게 전해져 마음이 아렸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용기’를 내어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뎌 보려 한다. 칼바람이 일렁이던 긴 겨울을 이겨내고 생명을 틔운 싹처럼. 무채색의 삶을 살던 ‘윤희’에게 산뜻한 새봄이 돋아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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