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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박 Jul 05. 2023

The Actor’s Studio 001. 장

영화 『패왕별희』 그리고 『아비정전』

‘영화, 보고서’ 새로운 코너 속의 코너. 특정 배우의 작품 일명 필모그래피에 관한 심심한 고찰을 기록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하는 ‘The Actor‘s Studio’.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났지만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잊을 수 없는 당신, 배우 장국영.


때론 강렬하게 때론 유약하게. 작중 인물의 서사와 감정선을 단번에 설득시키는 오묘한 ‘눈빛’ 연기는 스크린을 뚫고 나와 좌중을 매료시킨다. 잔상처럼 아른거리는 매력으로 물든 두 작품에 관한 심심한 고찰을 시작한다.


『아비정전(Days of Being Wild)』, 1990
© Days of Being Wild

매일 오후 3시, 어김없이 매표소에 방문해 같은 물건을 구매하는 한 남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아비'의 행보 그리고 쌉쌀한 에스프레소와도 같은 생애는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적적한 방 안에 누워 발 없는 새에 대해 작게 읊조리기 시작하는 그가 이내 선율에 맞춰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애당초 죽어있던, 발 없는 새의 일생을 자신의 인생에 투영하는 듯했달까.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때로는 흘러가는 대로, 타인과의 평범한 관계마저도 맺기를 거부하며 이기적이고 유유자적한 삶을 거닐던 그 모습처럼.


이 이야기의 결말은 그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굳게 닫혀 버린 마음을 간직한 그가 기약 없는 여행을 또다시 떠난다는 것. 다음 생에는 자유의지로 어디로든 날아갈 수 있는 새처럼, 고독한 삶을 옥죄는 경계를 넘어 자유롭게 도약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기를.

『패왕별희(Farewell My Concubine)』, 1993
© Farewell My Concubine

귀여운 투정과 어리광을 부려야 하는 나이가 맞다. 그러한 아이들에게 예술과 현실을 구분 짓는 경계에서 탈피해 예술과 한 몸이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 이른바 내면적인 '성숙함'을 요구하는 것. 상당히 모순이다. 잔인한 훈련을 마다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화려한 볼거리 뒤에 숨겨진 어두운 면모. 아름다운 음악과 손짓 그리고 몸짓이 한 데 어우러진 ‘경극’이라는 예술적인 행위를 바라보고 있자니 괜스레 죄책감이 밀려온다. 그동안 화려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예술이 이렇게 씁쓸하게만 느껴질 수 있다니.


한국의 근현대사가 치열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희생이 일어났던 것처럼, 중국의 근현대 역시도 거대한 파도 속 소용돌이처럼 혼란스러움의 연속이었다. 중국 근대현대사의 흐름을 체화하고 만나는 '도즈'의 이야기는 더욱 참담하게 다가올 뿐이다.


© 2023. 박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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