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일요일 아침.
설거지도 끝냈고, 조용히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평화로운 시간이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오래 기다려준 두 아이는 외출하자며 본격적으로 조르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10시도 안 됐다.
주말에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건 아이들이 아플 때 말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도서관에 들렀다가 집 근처 호수공원에 가기로 했다.
옷만 갈아입으면 준비 끝인 아이들과 달리 엄마는 챙겨야 할 것이 많다.
아이들 여벌옷도 챙기고, 모자, 얇은 겉옷, 선크림, 과일에 과자까지. 대부분 아이들을 위한 것들이다.
혹시 빼놓은 건 없나 확인할 틈도 주지 않고 아이들이 빨리 나가자고 성화를 부리는 통에 부랴부랴 짐을 싣고 출발했다.
뭔가 허전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빠뜨린 것이 있었다.
도서관에 반납할 책들을 문옆에 잘 세워두고서는 깜빡 잊은 것이다.
도서관에서 1인당 7권의 책을 대출할 수 있는데 우리는 가족 수에 맞춰 28권을 모두 대출했다.
아직 대출기한은 남았지만 다 읽은 책은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려올 요량이었는데 반납할 수가 없으니 대출할 수도 없는 상황.
아이들은 이미 공원에서 킥보드도 타고, 뛰어놀 생각에 잔뜩 들뜬상태였기에 결국 도서관에 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호수공원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원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도 적당한 곳에 돗자리를 펴고 공원 탐색에 들어갔다.
놀이터에 가서 모래놀이도 했다가 전망대에도 올라갔다가 엉덩이 붙이고 앉을새 없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김밥도 먹고, 과자에 음료수까지 먹으니 아이들은 더 부러울 것이 없다는 듯 행복하게 웃었다.
남편이 아이들과 공놀이를 하는 동안 나는 자리를 지키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주 어린 아기를 데리고 나온 부부, 삼대(三代)가 소풍을 나온 가족,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가족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
산들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햇빛도 적당한 오후시간. 책 읽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이다.
어떤 책이길래 저렇게 푹 빠져서 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고, 독서율이 점점 줄고 있다는데 그래도 여전히 책 읽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을 쫓아다녀야 해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못하기도 했지만 아이들 간식을 챙기며 나를 위한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었어도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읽고 싶은 책도, 읽어야 할 책도 너무나 많지만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핑계였음을 깨달았다.
어디서든 잠깐이라도 시간이 생기면 책을 읽으면 되는데 마음먹고 봐야만 책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왜 자꾸 책 읽을 시간을 찾으려고 한 것일까.
아이들과 책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나만을 위한 독서가 필요하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기 전에 꼭 읽고 싶었던 책부터 읽어야겠다.
책 읽기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니까.
제목사진출처 :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