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를 시작한 지 어느덧 2개월이 지났다.
처음 수강권을 결제하며 3개월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고, 과연 안 빠지고 수업에 잘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18번이나 수업을 들었다.
3개월에 24회니까, 1개월에 8회, 주 2회씩만 나와도 무리 없는 계산이 나오지만 아이들이 아프거나, 어린이집, 학교 행사 등이 있어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 사실 운동 예약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6명의 수강생이 50분 동안 필라테스를 하는데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어찌나 위축되던지.
운동에 대한 마음 가짐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같은 수업을 듣는 분들을 보면 몸을 푸는 스트레칭 동작마저 여유가 있고, 노련한 느낌이 들었다.
'다들 잘하시는구나. 대단하시다.' 생각하며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동작을 따라 해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상상 속 나의 모습과 거울 속의 나는 일치하지 않았고, 강사님이 너무나 쉽게 보여주는 동작을 나는 팔다리 후들거리며 안간힘을 써도 비슷하게도 되지 않을 때 좌절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제가 하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고요. 정말 어렵네요."라는 슬픈 고백까지 했겠는가.
다른 분들도 처음부터 능숙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분들도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힘들지 않게 여러 동작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더욱더 반성하게 됐다. 그동안 나는 참 편한 대로만 살아왔구나 싶어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1개월에 1킬로그램은 빠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체중에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
역시 다이어트에는 식단관리가 중요한 듯하다.
20대 때는 저녁 식사 1끼만 일주일 굶어도 한결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아, 옛날이여.
이제는 먹는 대로 찌고, 안 먹으면 그대로 유지되는 몸으로 바뀌었나 보다.
예전에 엄마에게 다이어트 좀 하시라고 잔소리를 하면 "살 빼는 게 쉬운 줄 알아?"하고 말씀하셨는데 이제는 엄마의 기분을 알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나이 들면서 엄마를 점점 더 이해하게 된다.
체중 변화는 없지만 그럼에도 필라테스를 하며 좋은 것도 있다.
분명 일주일 전에는 안되던 동작을 비로소 할 수 있게 됐을 때의 희열감을 느낄 수 있고, 다음날 침대에서 일어날 때 절로 앓는 소리가 나오지만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이상한 만족감이 든다.
꾸준히 할 수 있는, 나와 잘 맞는 운동을 찾은 것 같다.
운동하기 싫어하던 내가 운동의 재미를 알게 되었으니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곧 첫째 아이 겨울방학이라 필라테스를 계속할 순 없겠지만(운동 시간이 오전 시간과 저녁 시간으로 정해져 있어서) 내년 봄에는 다시 수업을 들을 계획이다.
벌써부터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