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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엉이다 Nov 08. 2023

벌써 10년,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2013년 11월 7일 첫 만남을 기억하며

남편과 결혼한 지 햇수로 8년, 첫 만남 이후로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어제는 우리가 처음 만난 지 10년이 되는 날.

블로그, 오디오클립, 브런치 등 나의 새로운 시작을 어플에 기록하면서 남편을 처음 만난 날과 결혼기념일도 예의상(?) 저장해 두었는데 친절하게 하루 전에 알림이 왔다.

남편도 나도 기념일을 잘 챙기는 편은 아니기에 지나가는 말로 "내일이 우리 처음 만난 지 10년 되는 날이래요." 했더니 옆에 있던 첫째 아이가 듣고 "그럼 우리 케이크 해요?" 물었다.

대답도 듣기 전에 동생한테 초콜릿 케이크가 좋은지,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좋은지 묻고는 즐거워하는 아이들 덕분에 남편은 퇴근하며 케이크를 사 올 수밖에 없었다.

퇴근하는 아빠보다 아빠 손에 들린 케이크를 더 반가워하는 두 아이.

평소보다 더 빨리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빨리 촛불 켜자며 성화를 부렸다.

케이크에 촛불만 켜면 자동 재생 되는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

생일을 축하한 댔다가 10년 축하한 댔다가 뒤죽박죽 노래를 부르고는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 입술을 쭉 내밀고 촛불을 끄는 아이들을 보고 나는 웃음이 났다.




남편과는 각자의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나는 창밖을 보며 어떤 사람과 만나게 될까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고, '저 사람인가?' 했는데 들어오려던 그 사람은 다시 방향을 바꿔 돌아갔다.

그래서 '아닌가 보네.' 했는데 잠시 뒤 그는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소개팅의 자리가 으레 그렇듯이 어색하지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짧은 시간을 가졌다.

집으로 가는 길,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겠다는 나에게 한사코 데려다주겠다며 택시를 잡아탄 그와 택시 안에서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택시에서 먼저 내리며 그에게 인사를 건네고 문을 닫았는데 길을 건너려는 나를 황급히 그가 불러 세웠다.

택시 기사님께서 "아가씨 따라가야지! 가란다고 계속 타고 있으면 돼?"라고 하셨단다.

정말 괜찮다고, 여기서 집까지 멀지 않다고 하는 나에게 그는 다음번에 또 만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그저 소개남 A, 소개녀 A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만남에서 몇 번의 만남이 더 이어진 후 우리는 연인이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렇게 상세하게 기록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두 아이가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첫째 아이는 우리의 첫 만남에 대해 자주 물어본다.

엄마, 아빠의 만남으로 자신과 동생이 태어난 것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어쩌면 자신의 미래 모습을 그려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나는 생각이 많은 아이였다.

틈만 나면 '나는 왜 태어난 것일까? 나는 왜 나로 태어난 걸까?' 하는 궁금증부터 '나는 어떤 어른이 될까? 나는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할까? 나는 아이를 몇 명이나 낳을까? 아이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등등 수많은 생각이 가지를 뻗어나갔다.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막연하게 나는 언젠가는 결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얻게 된 것이다.

우리의 만남이 하루에 그쳤더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은 볼 수 없었겠지.




남편과는 10년을 알았기에 꽤 많이 안다고 자부하지만 그를 전부 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나조차도 나에 대해 잘 모를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을 전부 이해하고 알 수 있을 리 없으니까.

그래도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내가 힘들 때는 기대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 믿는다.

나 역시 그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줄 것이고.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생겼다. 외모의 변화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엄마, 아빠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아 성심껏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에게는 긴 시간이 남아있고,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길 테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서로 의지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제목사진출처 : 첫째 아이의 그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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