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급훈은 <한줄기 밝은 빛처럼>이다.
한 두 명씩 만나던 중학교 친구들을 한데 모아 '우리 같이 만나자' 해서 모인 것이 벌써 3년은 된 것 같다.
작년 가을 단풍 여행을 시작으로 올해는 진도 솔비치 여행을 함께 했다. 물론 나는 참석을 못했지만....
<파노라마> 사진전에 참여하신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전주에서, 서울에서, 경기도에서 친구들이 한데 모였다. 교직을 은퇴하시고 사진이라는 취미를 만나서 보내시는 일상들이 선생님을 젊게 만들어 주는 비결이 아닐까. 우리들이 선생님 제자라는 사실이 너무 자랑스럽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많은 분들이 관람 중이었고 작가의 작품 설명이 한창이었다. 우리도 선생님의 작품 설명을 듣고 기념 촬영을 했다. 아프리카에서 모래사막과 바오바브나무들과 오로라를 렌즈에 담아 오신 선생님이 정말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였다. 내가 선생님 나이가 되어서도 선생님처럼 열정적으로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순간 생각을 바꾼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생각하며
'나는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나의 60 대도 꾸준하고 성실하게 글 쓰며 자연식물 식 하는 작가, 평생교육사로 열심히 살고 있다.'라고 미리 다짐해 본다.(1월 다이어리에 글을 옮겨본다)
1월에 합동으로 열린 전시회를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작가님의 개인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프리카 사진전이다. 우리 학습자들과 보고 싶었다. 우리가 언제 아프리카에 갈 수도 없고 사진전을 보는 것도 쉽지 않을 터라 여름 방학 특강으로 행사계획을 하고 선생님을 만났다.
콧잔등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힌 선생님의 큐레이션을 들으면서
'우리 선생님 참 멋있다.' 란 생각을 또 한 번 한다.
바오바브나무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든다. 어린 왕자에서 나왔던 그 바오바브나무가 이런 나무구나...
바오바브나무에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신이 동물들에게 나무를 나누어 주었는데 바오바브나무를 받은 동물이 화가 나서 집어던지는 바람에 거꾸로 처박혀서 뿌리가 하늘로 올라가 버린 바람에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다. 설마.....
이야기를 들으면서 '설마....' 생각이 들었다.
'윤슬' 마다가스카르 해변에서 태양에 반사되어 빛나는 바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윤슬'이라고 하셨다
정말 예쁜 말인 것 같다. 큐레이션을 듣기 전에 검색을 먼저 했다.
<윤슬>이라는 말이 너무 예뻐서 궁금했다. 검색을 하니 '햇빛이나 달빛이 비치어 반짝이는 잔 물결'이라고 나온다. 윤슬을 배경으로 피부가 검은 아이들의 모습을 찍으셨는데 진짜 윤슬이었다.
아, 저것이 윤슬이구나! 기억하고 싶은 단어다. 윤슬!
제주도에 가면 윤슬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보았는데 윤슬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못 본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또 8월 제주 트레킹을 기대하게 된다.
30분 정도의 큐레이션을 듣고 작가님은 우리들을 사진으로 남겨 주셨다. 물론 작가님과 사진도 함께 찍었다.
귀가 후 선생님께 받은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뭉클하다.
동그랗게 뜬 눈, 시무룩한 표정, 활짝 웃는 모습, 하트, 브이 등등 손모양, 표정 모두 제각각이지만 모두 각자 빛나는 윤슬이다. 문득 문득 그들이 힘겹고 버겁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미안함이 밀려들었다.
헤어지면서 학습자들이 "오늘 재미있었어요." 라며 오로라 사진을 저장한 각자의 핸드폰을 보여준다.
1 학기가 끝나고 2 학기가 시작되는데 생각해 보니 ' 급훈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만들어 주셨던 삼둘반의 급훈이 <한 줄기 맑은 샘물처럼>이었다.
그 선생님의 제가가 맡고 있는 우리 반은 <한 줄기 밝은 빛처럼>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학습자들이 오로라 사진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드는 생각이었다.
지루한 방학일 것 같았는데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내일은 다른 반 학습자들과 전시관람이 있다.
내일은 또 어떤 모습으로 그들이 작품을 마주 할 것인지 기대 된다.
장애인 평생교육원의 방학 중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