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레이스정 May 04. 2024

이런 아들이 내 아들이면 좋겠다.

올봄 유난히 보라색 꽃이 좋다. 수국과 라벤더가 눈에 아른거린다.

휴일이라 늘어지게 잠을 잤다.

이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모든 스케줄이 꼬였다.

종합소득세 신고하느라 두 시간 정도 헤매다가 남편이 같이 나가자고 했다.

꽃집에 가자는 것이다.

어머니 집에 화분이 많이 있긴 한데 꽃화분이 없어서 어머님이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베란다를 보시면서 한 마디씩 하신다는 것이다.

"너네 집은 꽃이 이렇게 피는데 왜 우리 집은 꽃이 안 피는지 모르겠다."


꽃이 잘 안 핀다고 걱정하시는 어머님께 화분을  사드리려고 남편은 어제 어머니를 모시고 화원에 갔었다.

가격만 물어보시고 비싸다고 살 거 없다시며   산다고 막무가내 셔서 그냥 왔다는 것이다.


'와.. 진짜 우리 남편은 대단한 아들이구나.'

어쩜 이렇게 어머니를 생각할 수 있나 싶었다.

화원에서 제라늄, 베고니아, 카네이션, 에인절 화분을 고르면서 노랑, 빨강, 분홍, 보라색을 맞추어서 화분을 골랐다. 어머님이 좋아하실 것 같았다.


나는 수국 화분이 하나 갖고 싶었다.

"따라 나왔으니 나도 하나 사줘요. 수국화분 갖고 싶네요."라고 했다.

"사소." 남편은 사라고는 했는데  가격을 들은 나는  살 수가 없었다.

그 작은 포트의 수국 한송이를  2만 원을 말하는 것이다. 어머님 화분이 5만 원이나 되는데 내 것까지 하면...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순간 그냥  사기 싫었다.


'이런 아들이 내 아들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들의 부인인 며느리는 그런 남편을 보면서  나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냥  기대를 접었다.


수국은 못 샀지만 화원사장님께 부탁했다.

"사장님, 이렇게 많이 샀는데 선물로 포트하나 주시면 안 돼요?"

"어떤 것을 주라는 것이까? 우리 비싸게 안 팔아요. 사모님이 깎아 달래서 많이 깎아줬구먼 그러네." 하면서 빨강 들꽃포트를 건넸다.

"사장님, 저 보라색으로 주시면 안 돼요? 수국 대신 보라색 들꽃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보라색 들꽃 포트를 하나 주셨다.


어머님댁에  화분을 갖다 드리고 집에 와서 보라색 들꽃을 빈 화분에 옮겼다.

수국대신 들꽃이라도..

올봄에는 보라색꽃이 눈에 들어온다. 

보라색이 좋다. 낮에 보았던 라벤더, 수국 화분도 베란다에 놓아주고 싶다. 


올해 어버이날에 우리 아이들은 보라색 꽃으로 엄마의 마음을 수놓아줄까. 기다려 보자.

작가의 이전글 알코올과 고탄수화물의 만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