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들이 내 아들이면 좋겠다.
올봄 유난히 보라색 꽃이 좋다. 수국과 라벤더가 눈에 아른거린다.
휴일이라 늘어지게 잠을 잤다.
이럴 계획은 아니었는데 모든 스케줄이 꼬였다.
종합소득세 신고하느라 두 시간 정도 헤매다가 남편이 같이 나가자고 했다.
꽃집에 가자는 것이다.
어머니 집에 화분이 많이 있긴 한데 꽃화분이 없어서 어머님이 우리 집에 오실 때마다 베란다를 보시면서 한 마디씩 하신다는 것이다.
"너네 집은 꽃이 이렇게 피는데 왜 우리 집은 꽃이 안 피는지 모르겠다."
꽃이 잘 안 핀다고 걱정하시는 어머님께 화분을 사드리려고 남편은 어제 어머니를 모시고 화원에 갔었다.
가격만 물어보시고 비싸다고 살 거 없다시며 안 산다고 막무가내 셔서 그냥 왔다는 것이다.
'와.. 진짜 우리 남편은 대단한 아들이구나.'
어쩜 이렇게 어머니를 생각할 수 있나 싶었다.
화원에서 제라늄, 베고니아, 카네이션, 에인절 화분을 고르면서 노랑, 빨강, 분홍, 보라색을 맞추어서 화분을 골랐다. 어머님이 좋아하실 것 같았다.
나는 수국 화분이 하나 갖고 싶었다.
"따라 나왔으니 나도 하나 사줘요. 수국화분 갖고 싶네요."라고 했다.
"사소." 남편은 사라고는 했는데 가격을 들은 나는 살 수가 없었다.
그 작은 포트의 수국 한송이를 2만 원을 말하는 것이다. 어머님 화분이 5만 원이나 되는데 내 것까지 하면...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순간 그냥 사기 싫었다.
'이런 아들이 내 아들이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들의 부인인 며느리는 그런 남편을 보면서 나 같은 마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냥 기대를 접었다.
수국은 못 샀지만 화원사장님께 부탁했다.
"사장님, 이렇게 많이 샀는데 선물로 포트하나 주시면 안 돼요?"
"어떤 것을 주라는 것이까? 우리 비싸게 안 팔아요. 사모님이 깎아 달래서 많이 깎아줬구먼 그러네." 하면서 빨강 들꽃포트를 건넸다.
"사장님, 저 보라색으로 주시면 안 돼요? 수국 대신 보라색 들꽃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더니 보라색 들꽃 포트를 하나 주셨다.
어머님댁에 화분을 갖다 드리고 집에 와서 보라색 들꽃을 빈 화분에 옮겼다.
수국대신 들꽃이라도..
올봄에는 보라색꽃이 눈에 들어온다.
보라색이 좋다. 낮에 보았던 라벤더, 수국 화분도 베란다에 놓아주고 싶다.
올해 어버이날에 우리 아이들은 보라색 꽃으로 엄마의 마음을 수놓아줄까.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