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3학년의 수행평가 준비에는 온 가족이 필요했다.
그리고 사공이 많아 배는 산으로 갔다.
2023. 5. 26. 그리고 또 더 아름답지<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나 '어머님 은혜' 그 노래 불러야 돼. 연습 많이 하고 오래."
"아, 그래?"
"근데 어떻게 부르는지 생각이 안 나."
"그럼 엄마가 알려 줄 테니까 듣고 따라 불러 봐. 높고 높은 하늘이라~"
아이들에게 '어머님 은혜'를 들을 수 있을 줄로만 알았지, 내가 아이들에게 그 노래를 불러줄 줄은 몰랐다.
"아, 생각났다. 그렇게 부르는 거였지!"
"이제 알겠어?"
"응. 내가 한 번 불러 볼게."
그러나 아들은, 음정, 박자, 이런 것들은 가볍게 무시하고 본인만의 창법으로 개성을 한껏 반영하여 새롭게 노래를 편곡을 하기에 이르렀다.
아들에게 편곡 능력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는데 말이다.
"엄마, 근데 엄마 노래가 좀 이상한데? 음정이 안 맞잖아."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딸이 출동했다.
"그랬어? 이게 맞는 것 같은데?"
"쉬어 줄 때 쉬어주고, 가사도 또박또박 발음하고 박자도 잘 맞춰야지. 엄마 노랜 좀 이상해."
그렇다. 내 딸은 거짓말을 못한다.
아니, 아니다. 거짓말은 안 한다.
나도 결코 노래를 잘하는 편이라고는 말 못 한다.
다음날 아들은 저녁을 먹고 나를 재촉했다.
"엄마. 그 노래로 수행평가 볼 거래. 나 좀 봐줘."
"그래. 엄마가 어떻게 해 주면 돼?"
"음정, 박자, 자세, 이 세 가지를 보고 점수를 주면 돼."
안 봐도 백점이다, 엄마 마음으로는.
"알았어. 불러 봐."
아들은 동요 대회라도 나가는 어린이처럼 진지하게 노래를 불렀다.
아들도 한다면 하는 어린이다.
"우와. 우리 아들 노래 잘한다!"
"그렇게 건성으로 말하지 말고, 먼저 음정!"
"음, 80점이야."
"박자는?"
"80점."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도 돼."
"70점?"
"10점 만점인데 어떻게 70점이 나와?"
"10점 만점이었어? 엄만 몰랐지."
"자세는?"
"자세는 아주 훌륭했어. 9점!"
"8 더하기 7 더하기 9는... 27점이 안되네. 셋 다 합쳐서 27점이 넘어야 된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이 그러셨어?"
"응. 더 연습해야겠어."
"음이 좀 이상한데,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닌데?"
엄마는 차마 지적하지 못한 것을, 제 누나는 철저히 냉정하게 평가했다.
"음, 조금 더 자연스럽게 부르면 좋을 것 같아."
내친김에 나도 살짝 평을 한다.
"우리 아들~ 근데 노래가 좀 빠르다."
피곤하시다던 직장인이 열린 문틈 사이로 아들이 부른 노래의 감상평을 내놓았다.
"그런데 왜 '아버님 은혜'란 노래는 없는 거지?"
느닷없이, 그 직장인은 아버님의 은혜를 배은망덕하게 제외한 것에 대해 순간 발끈했다, (고 나는 느꼈다.)
"아빠, 그 대신 '아빠 힘내세요' 노래가 있잖아요."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나고야 마는 딸이 또 나섰다.
"근데, 왜? '엄마 힘내세요'라는 노래는 없는 거지?"
나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엄마. 그 대신에 '이 세상에 좋은 건 모두 주고 싶어'라는 노래가 또 있잖아."
우리 딸은 도대체 모르는 게 무얼까?
"근데 우리 아들 생각에 어머님 은혜가 하늘보다 더 높은 것 같아?"
나는 분명히 아들에게 물었는데 딸이 잽싸게 끼어들었다.
"엄마! 아니지.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고 커지고 있는데 엄마 은혜보다 하늘이 더 높지."
"그렇게 생각해?"
"당연하지!"
"우리 아들은 어떤 것 같아?"
"음, 엄마가 '주리퐁' 과자를 주면 아마 하늘보다도 더 높아질 수도 있지."
"그렇구나."
아무래도 '어머님 은혜'는 편곡이 불가피해 보인다.
가사를 살짝 수정해야 할 듯싶다.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어머니의 은혜, 부모님의 은혜란 우주에 비할 바가 아니며 한없이 무한대로 커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감히 인지하지 못할 만큼 어마어마한 것임을...
아이 한 명을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더니, 뉘 집 초등생 수행평가에 온 가족이 다 동원되다니.
그건 그렇고, 우리 가족 이렇게 극성인 사람들 아닌데, 멤버들이 저렇게 매달릴 것까지야 없는데, 어린이는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면 되는데(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