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밀의 화원 Aug 16. 2024

거침없이 내 맘대로

낚시를 하기로 마음먹은 아들이 낚시마트에서 바늘을 사오고, 

그날 저녁 집 앞 무심천에 가서 바로 낚시를 했다.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들인지라...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추진력은 로켓도 울고갈 지경이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낚시하러 간 첫날부터 월척을 했다.

'농준치'라는 물고기인데,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도...

낚시할 때의 그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잡은 농준치

그런데, 분명 낚시는 했는데 낚싯대는 행방을 찾을 길이 없다. 

낚시광인 고모부가 주신 낚싯대를  낚시하러 나간 첫날 잃어버리고 그냥 와 버렸다.

기억을 추궁하면,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대꾸하는 녀석.

이제는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웬만한 물건은 잃어버려도 전혀 타격감이 없는 녀석.

결국, 지켜보는 나만 속이 타 들어간다.


낚싯대를 사기 위해 며칠 전 찾아갔던 낚시마트를 방문했다. 

아들이 고른 낚싯대를 사려면 

너의 남은 용돈과 다음달 용돈에서 차감이 필요하다는 말에 서약을 받고 낚싯대를 골랐다. 

그리고 결국. 오늘도 집을 나섰다. 

아들과 딸, 나까지 셋이서 출동한 밤낚시. 

결과는 허탕이었지만, 

아들은  유튜브에서 배웠던 '캐스팅'(낚싯대 던지기)을 멋지게 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교 방학숙제는 산더미처럼 남겨놓고,

매일 저렇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하루 일과를 보내는 녀석을 볼 때면

답답함에 목이 메일 지경이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저렇게 사는 아들녀석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늘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이 먼저였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저 좋은 것만 쫓으며 사는 아들이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저것이 맞나....?라고 슬쩍 설득당하기 직전까지 넘어갈 때가 있다.


정답은 없는 인생. 

하지만 네가 가는 길이 더 재미있어 보이긴 한다.


오늘은 또 무엇을 잡아오려나?

재미나게 놀고, 

제발 오늘은 방학 숙제 한 가지만이라도 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