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를 구우려고 기름 부은 프라이팬에 불을 켜놓고,
아이 숙제를 봐주러 방에 들어갔다.
10분 만에 방에서 나왔을 때, 온 집안은 매캐한 연기로 가득차 있었다.
밤새 환기시키느라 이 혹한에 온 가족이 덜덜 떨어야만 했다.
크리스마스에 직접 찾아뵙지 못한 미안함에
친정 부모님께 배민으로 맛있는 음식을 시켜드리기로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내가 내 입으로 뱉은 그 약속을 잊었다.
효도하려던 내 마음은 한없는 죄송함으로 남았다.
가족모임 중에 양주와 함께 먹을 얼음을 마트에서 사 온 얼음 주머니에서 꺼냈다.
얼음스푼을 얼음 주머니에 넣은 채 냉동실에 넣어두고
식탁 위에 있을 리 만무한 얼음스푼을 찾으며 헤매고 있었다.
아들이 맞는 성장호르몬 주사제는 주6회 잠들기 전 꼭 맞아야 하고,
실온에 30분 이상 방치하면 폐기처분해야 한다.
하루는 주사를 까맣게 잊고 놓아주지 않은 채로 아이를 재웠고,
하루는 주사를 놓아주고 밤새 식탁 위에 올려둔 채로 방치해두었다.
(다음날 아침에야 발견...주사제 1개는 금액이 18만원에 달한다...ㅠㅠ)
금, 토, 일. 3일 동안의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내가 지금 먹고 있는 ADHD약은 나에게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내일 당장 의사선생님께 약을 바꾸어달라고 해야할 것 같다.
고단하고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 일상들이 언제쯤이면 편안해 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