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거침없이 내 맘대로

by 비밀의 화원

낚시를 하기로 마음먹은 아들이 낚시마트에서 바늘을 사오고,

그날 저녁 집 앞 무심천에 가서 바로 낚시를 했다.

하고 싶은 것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아들인지라...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추진력은 로켓도 울고갈 지경이다.


초심자의 행운인지, 낚시하러 간 첫날부터 월척을 했다.

'농준치'라는 물고기인데,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서도...

낚시할 때의 그 '손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잡은 농준치

그런데, 분명 낚시는 했는데 낚싯대는 행방을 찾을 길이 없다.

낚시광인 고모부가 주신 낚싯대를 낚시하러 나간 첫날 잃어버리고 그냥 와 버렸다.

기억을 추궁하면,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로 대꾸하는 녀석.

이제는 잃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웬만한 물건은 잃어버려도 전혀 타격감이 없는 녀석.

결국, 지켜보는 나만 속이 타 들어간다.


낚싯대를 사기 위해 며칠 전 찾아갔던 낚시마트를 방문했다.

아들이 고른 낚싯대를 사려면

너의 남은 용돈과 다음달 용돈에서 차감이 필요하다는 말에 서약을 받고 낚싯대를 골랐다.

그리고 결국. 오늘도 집을 나섰다.

KakaoTalk_20240815_224602785_03.jpg
KakaoTalk_20240815_224602785_01.jpg
KakaoTalk_20240815_224602785_02.jpg
KakaoTalk_20240815_224602785.jpg

아들과 딸, 나까지 셋이서 출동한 밤낚시.

결과는 허탕이었지만,

아들은 유튜브에서 배웠던 '캐스팅'(낚싯대 던지기)을 멋지게 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학교 방학숙제는 산더미처럼 남겨놓고,

매일 저렇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하루 일과를 보내는 녀석을 볼 때면

답답함에 목이 메일 지경이다.

그런데 또 이상하게 저렇게 사는 아들녀석이 부럽기도 하다.

나는 늘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이 먼저였고,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는데,

저 좋은 것만 쫓으며 사는 아들이

사는 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저것이 맞나....?라고 슬쩍 설득당하기 직전까지 넘어갈 때가 있다.


정답은 없는 인생.

하지만 네가 가는 길이 더 재미있어 보이긴 한다.


오늘은 또 무엇을 잡아오려나?

재미나게 놀고,

제발 오늘은 방학 숙제 한 가지만이라도 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입증되지 못한 약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