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반성문>의 저자 이유남 선생님의 세바시 강연을 듣고 -
안녕하세요? 1학년 5반 담임입니다.
어느덧 1학년 2학기 성적표를 배부하는 마지막 시간이 되었습니다.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응원과 격려로 묵묵히 지켜봐주셨던 학부모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얼마 전 이 강연을 들으며 저 또한 담임교사로서
아이들이 나의 자랑거리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었나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자라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자랑거리로 삼을 것이 아니라,
어른들이 먼저 아이들의 자랑거리가 되는 세상.
그것이야말로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끄는 지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사춘기의 터널을 지나는 아이들에게
채찍 대신 등불이 되어주는 어른이 되기를, 저 스스로도 다짐해 봅니다.
아이들과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돌아보니 2019년.
1학년 5반 아이들과 정들어가는 시간 속에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이들과의 좋은 인연을 선물해주신 학부모님들께도 감사드리며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9년. 나는 중학교1학년 여학생 담임반을 맡으며 정말 다이나믹한 시간을 보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사소한 오해들이 쌓여 학부모님과의 다툼도 있었고,
시간차를 두지 않고 학교 안팎에서 다투며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이 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좀 더 평화롭고 좀 더 성숙했을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그 가운데 가장 괴로웠던 것은 하루도 바람잘 날 없던 우리반을 두고
다른 반과 비교하는 동료교사들과 관리자들의 시선이었다.
담임이 능력이 없어서, 담임이 너무 무르게 아이들에게 친절을 베푼 탓에...
아이들이 제멋대로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내 무능함을 탓하며 끝없는 밑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거기다 하필이면 우리반 수학여행 버스에서 누전이 발생하는 바람에
버스에서 불이나는 사고(다친 사람은 없었다)까지 겪게 되었는데 이때
나의 생각은 '나같은 사람은 담임을 하면 안되는 운명인가보다.'라고까지 치닫고 있었다.
이 즈음 나는 스트레스로 인해 먹지도 자지도 못하는 일상이 반복되었고
급기야 병가를 내게 되었다.
그리고 병가를 낸 그날, 나는 운명처럼
<엄마 반성문>을 쓰신 '이유남' 선생님의 세바시 강연을 듣게 되었는데
그 강연을 들으며 나는 내 괴로움의 근원 찾을 수 있었다.
나는 동료교사, 관리자, 학생, 학부모들의 평가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며
우리반 아이들이 나의 '자랑거리'가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이들이 나의 '자랑거리'가 되면, 내가 잘 '통제'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유능한 교사'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유남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내가 그동안 갖고 있던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얼마나 비뚤어진 시선으로, 타인에 의해 재단되고 있었는지가 보였다.
마음의 중심이 타인(동료교사, 관리자, 학생, 학부모 등)에게 있었고,
타인에게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맡겨놓고 있었다.
최선을 다한 나 자신에게는 그토록 인색하면서 말이다.
내 생각의 방향을
'우리 반 아이들은 왜 내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는 거지?'가 아니라,
'내가 아이들에게 자랑거리가 될 만한 선생님이었나?'라고 질문을 바꾸니,
내일 당장 학교에 돌아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 앞에 서야 할 지가 짐작되었다.
아이들을 '자랑거리'로 삼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나니
하루가 멀다하고 다툼과 오해와 사건 사고에 휘말리는 아이들이 원망스럽지 않았다.
그 가운데 방황하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도 그제서야 제대로 보였다.
조급함에 밀려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고 오해를 봉합해버리겠다는 생각도 버릴 수 있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었고, 아이들 편에 서서 부모님께 이야기를 전달할 수도 있었다.
나를 병들게 했던 한 해였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성숙하게 한 한 해이기도 했다.
기말 시험이 끝나고...마지막 가정통신문을 적으며...
나는 어느새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행복'이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떠올리며...
2019년 한 해의 모든 과정들에 '감사'라는 이름표를 붙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