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아앙~후와아앙~'
체감온도 42도의 라오스 도로 위를 달리는 차 안, 더 뜨겁게 달리는 중인 에어컨 소리다. 에어컨이 온 힘을 다해 찬 바람을 뿜어 대고 있지만 태양이 사방 유리로 가열차게 데우고 있는 차 안을 정복하기란 보통 힘든 일이 아닌가 보다. 에어컨 바람에도 젖은 땀이 쉽게 식어지지가 않는다. 에어컨 소리가 안쓰럽기까지 하다.
오늘은 지인의 일터 마당에 파파야 화분을 옮겨심기로 한 날이다. 열개정도의 화분을 줄 맞춰 옮겨주고 타는 햇빛에 말라버리지 않게 물도 듬북 듬북 주었다. (그곳에 들리는 날이면 항상 물을 주었고 지인분도 매일 물을 정성으로 주셨다. 하지만 결국은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파파야는 관심 없는 척 지내다가 드물게 한 번씩 물을 줘야 한다고.)
화분을 다 옮겨 심고난 우리는 이미 허기와 갈증에 지친 두 마리 하이에나. 땀으로 젖을 대로 젖었고 지쳐서 달고 시원한 사탕수수즙을 찾아 눈동자만 겨우 굴리고 있다.
“엇!! 저기! 저기 있다!!”
굴리던 눈이 한 곳에 걸려 섰다. 사탕수수 즙을 내서 판매하고 있는 길거리 노점상이다. 급히 길 옆에 차를 세우고 “썽! 썽! (라오스말로 숫자 2. 대략 내포된 의미는 두 잔을 빨리 달라는 말)” 거리며 당떨어진 손을 떨어댔다.
주인장은 우리 주문을 받으며, 먼저 온 손님에게 사탕수수 즙을 건네고 돈을 받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인분이 "가격 괜찮네" 하고 다시 두 잔을 달라고 확인했다.
라오스는 '오늘 사야 제일 싸다.'라고 할 정도로 물가가 오르는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아직 괜찮았던 사탕수수 즙의 가격에 만족해하고 있는데 그 주인장, 돌아서며 우리에게 조금 전 손님보다 비싼 값을 부르는 게 아닌가.
“왜 우린 더 비싸죠?”
“너희는 외국인이니까.”
사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이용해서 현지인보다 값을 더 올려 받는 상인들이 있다. 그래서 현지인 친구에게 간단한 것은 사다 달라고 부탁하거나 경계를 하며 장을 보곤 했다.(어느 정도 라오스의 물가가 파악된 요즘은 그 수고가 줄었다.)
“그럼 나도 라오인!!”이라고 지인이 농담을 건네자 이 주인장, 바가지 위에 뻔뻔함을 얹어 ‘안 통해!', 얄궂은 웃음을 띄워 주었다.
이내 사탕수수즙을 받아 들고 노점상 옆에서 쉬고 있던 차에 올라탔다. 앉자마자 시원하게 쭉~ 빨아올려 꿀꺽 꿀꺽 삼키는데 기분 탓일까?, 왠지 ‘외국인 할증’이 붙은 이 사탕수수 즙,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