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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온 Jan 25. 2024

차와 함께라면 매일매일 좋은날

일하는 엄마의 일터에서 행복찾기_오피스티룸

"별일없냐? 애들은 잘크고?"

"네, 상무님. 아주 잘크고 있습니다!"

"엄마가 일하느라고 바쁜데, 애들이 잘크는 것도...참...그래"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대요. 저는 일하는게 행복하니까, 아이들도 저보고 행복할거예요."(아무말대잔치)


매일 아침 출근하면 나만의 루틴이 있다. 항상 7시 40분쯤 집에서 나와서 회사 도착하면 8시 반.

노트북을 켜고, 화장실로 가 텀블러 두개를 차례로 씻긴다. 정수기 아래로 뜨거운 물 한통, 차가운 물 한통을 따라서 내 자리로 간다. 이제 차를 마실 시간이다. 


'또르륵.......'

개완(차를 우리는 도구)과 잔 하나, 숙우(차를 따라마시는 도구) 하나를 놓고 오늘은 어떤 차로 하루를 시작할지 잠시 고민한다. 날씨가 추울 때는 홍차, 산뜻하게 정신을 깨울때는 녹차, 향기롭게 시작하고 싶으면 우롱차, 기름진 음식을 먹고나면 보이차등 그날 그날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마시는 차가 다르다. 사무실에 차를 정말 많이 갖다놨는데, 매일 골라 마실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무엇보다 꽤나 삭막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에서 틈틈이 차를 우리고 마시는 시간은 나에게 쉼이 되어준다. '날마다 티푸드'라는 책에서 본 글귀인데 읽고나서 정말 좋아하게 된 문구가 있다.


한잔의 차가 주는 맛과 향과 여유와 위로

차를 마시는 시간은 함께하는 사람들, 그리고 내 자신을 대접하고 배려하는 일상의 쉼표, 어쩌면 인생의 쉼표 같은 순간이다. 우리의 삶이 매일 좋을 수는 없지만 차를 마시는 잠시의 순간처럼 매일 좋은 시간을 누리며 살 수는 있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회사라는 '공간'에서 보낸다. 

쌓여있는 일을 다 쳐내지 못해 골골대다 퇴근할 때도 있고 야근을 일삼아 모니터에 빨려들어갈 것 같은 날도 있다. 하루의 대부분, 어쩌면 인생의 대부분을 보내는 그 자리에 자신이 좋아하는 어떤 것과 함께라면 얼마나 위로가 될까. 나는 차가 있어서, 차를 마시는 도구와 함께여서 나만의 작은 오피스티룸이 있어 너무 좋다. 앞 사람, 옆 사람에게 차를 권하기도 하고 처음에는 절레절레하던 분들도 "차 한잔 하실래요?"하면 거절하지 않고 마셔준다. 커피는 플라스틱 테이크아웃 잔에 호로록 혼자 빨리 마셔버리면 끝이지만, 차는 우리는데도 기다리고 작은 찻잔에 차를 나눠 따라 마시며 천천히 음미하고 느끼는 묘미가 있다. 어쩌면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는다. 말 못하는 아이도 자기가 살기 위해,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마구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쓴다. 무감각해지고 감정이 매말라져 있는 건 살아감(죽어간다는 게 맞는 표현같다.)에 따라 타협하는 것이 많아지고 그만큼 포기하는 것이 많아져서 일테다.


 차를 음미하는 일상은,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은은하게 차향을 맡고 한 모금씩 천천히 입안을 따뜻한 차로 적신다. 사무실에서 보통 차를 하루에 2~3가지는 마시는데, 차를 마시며 일을 하니 더 집중도 잘되고 능률이 좋은 것 같다. 귀찮게 카페에 가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오지 않아도 된다. 일회용 컵을 분리수거 하지 않아도 된다. 커피에 돈을 안써도 된다. 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지만, 카테킨(폴리페놀), 데아닌, 비타민 등의 영양소가 함께있어 커피보다 몸에는 더 이롭다. 차를 마시지 않는 날에는 확실히 몸이 더 피곤한 느낌이다. 나에게 차가 있기에, 차를 마실 수 있어서 매일매일이 참 위로가 되고 감사하다.


나는 내일도, 모레도 차를 마시며 일을 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에게 "차 한잔 주세요."라고 한다면 언제든지 흔쾌히.

딱, 13년만 회사생활 더하고 그 이후엔 찻집을 해야지라고. 차는 나에게 보험과도 같다고.

다른 재테크는 잘 모르지만, '차'에 투자해야지라고. 바보같지만, 좋아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보려고 한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이 말에 오늘도 나는 속아넘어가며, 애써 내 자신을 합리화해본다.


차나 한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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