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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군 Oct 12. 2016

나얼 1집 앨범리뷰

principle of my soul

executive producer 이수근 / 이상철
produced by 나얼
co produced by 전홍준 / 강화성 / donspike / 최훈
cover designed by 나얼 / 최반장 (april shower design)
artwork & photo by 나얼
film directed by 송원영 (april shower film)
photo by 박일호
recording by 최형 / 문수정 / 김갑수 / 박정민 / 전재용 / 백희성
mixed by 최형
mastered by kozumi yuka (at orange studio)
studio at (a.k.a) santa / mojo sound / booming / c.jes / belfonics



1. soul fever
2. 기억리듬
3. you & me
4. my girl
5. missing you
6. love dawn
7. 바람기억
8. 이별시작
9. 여전히 난
10. stone of zion
hidden track - yu bwaba



한국에 몇 없는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나얼' 의 첫 솔로 앨범.

기본적으로 빠른 비트에 신나는 음악을 선호하는 나로선 알앤비나 발라드 가수의 앨범을 구입하는게 극히 드물다. 살면서 모은 알앤비나 발라드 전문 가수의 앨범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정도. 그만큼 지루함이나 슬픔을 유발하는 그런 류의 음악들을 어릴적부터 듣지 않아왔어서 앨범까지 구매한다는건 정말 가뭄에 콩나는 일이나 마찬가지인데, 본 앨범은 이름만으로 어떤 색깔의 음악을 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나얼의 음반이라(그것도 '첫' 솔로 앨범) 뭔가에 홀리듯 구입했던 기억이다. 심지어 미리 듣기조차 하지 않고 샀다.

나얼은 다들 알다시피 2001년 '브라운 아이즈(brown eyes)' 라는 그룹으로 데뷔했다. 기본적인 컨셉은 발라드 듀오였지만 주로 곡을 쓰던 '윤건(a. k. a. 양창익)' 과 보컬리스트 나얼이 합심하여 만든, 아주 독특한 컨셉의 그룹으로 기억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드라마 타이즈 형식의 뮤직 비디오를 기본으로 tv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앨범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 그 때 벌어들였던 수익만으로 아마 지금까지 먹고 살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윤건과 나얼 각각 '팀(team)' 과 '앤썸(anthem)' 이라는 이름의 그룹에서 활동을 하던 이들이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한채 시장에서 사라져버렸다. 이 둘을 엮은 이가 본인들인지 기획사 사장님인지 잘 모르겠지만, 브라운 아이즈는 21세기 초반 최고의 히트메이커였고 세장의 앨범과 베스트 앨범을 남겨놓은채 각자 새로운 길로 지금까지 걸어오고 있다.

주로 흑인 음악풍의 소울 팝 뮤직을 선보였던 브라운 아이즈 출신 답게 나얼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 이라는, 마치 브라운 아이즈의 연장선에 있는 듯한 이름의 소울 그룹을 결성하였고, 그와 함께 보컬리스트 출신 세명(정엽, 영준, 성훈) 의 목소리를 더해, 정통적인 소울 뮤직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본 앨범은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3집(browneed soul) 을 끝내고 4집(thank your soul) 의 사이드 a 사이에 내 놓은 음반이다. 발라드를 좋아하지 않던 나조차 귀를 열게 만들었던 나얼의 리메이크 앨범, 'back to the soul flight' 의 '귀로' 에 현혹된 사람치고 나얼의 단독 음반을 궁금해 하지 않는 이는 없을것이다. 브라운 아이즈-브라운 아이드 소울 때와는 또 다른, 오롯이 본인의 목소리와 작곡으로 이뤄낸, 대한민국 출신의 10년차 알앤비 싱어의 연륜(?) 과 노련미가 응집된 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이 심하게 지쳐있을때, 본 앨범이나 리메이크 앨범을 듣곤 했는데 뭔가 정말로 '힐링' 이 되는 것만 같은 차분하고 따스한 기운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발라드를 듣고 이래서 사람들이 나얼을 좋아나 싶었다. 새로운 음반이나 음원을 발표할 때 마다 늘 좋은 반응과 흥행력까지 갖춘, 한국에 몇 없는 훌륭한 소울 뮤지션이다.



1. soul fever
한국의 뮤지션이라고 인지하지 않고 플레이를 해 놓으면 전형적인 미국(그것도 흑인풍의) 의 소울풀한 뮤지션의 인스트루멘틀이라고 인식될 정도로 훌륭한 인트로다. 세션의 힘이 90%를 먹고 들어가는 넘버. 곡에 참여한 '슈퍼 브라스(super bass)' 라는 관악기 그룹의 활용도 좋다.

2. 기억리듬
분명 '벌써 일년' 의 나얼보다 몇백배는 발전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나얼이나 브라운 아이드 소울을 잘 모르는 나같은 이들에겐 이 목소리가 정엽인지 나얼인지 인지하기가 힘들정도로 그 둘은 많이 닮아있다(본 곡은 당연하지만 코러스도 나얼이 했다). 위에도 꾸준히 설파했지만, 알앤비나 소울뮤직을 잘 모르는 나조차 뭔가 따스한 막에 쌓여 들리는 듯한 고퀄리티의 음질과 음감은 참으로 좋은 경험이 된다.

3. you & me
멜로디나 가사(모조리 영어다) 가 분명히 리메이크 곡일거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넘버. 팔세토 창법을 시도하는 나얼을 만날 수 있다. 겨울에 들으면 참 따뜻할것 같은 곡.

4. my girl
풍성한 코러스와 신스 사운드가 마치 1980년대 팝 부흥기의 그것을 보는 듯한 느낌의 곡.

5. missing you
제목처럼 끝난 사랑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곡이다. 앞서 나왔던 곡들과는 상반되는 어쿠스틱한 사운드.

6. love dawn
3년동안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나얼의 음악세계' 의 시그널로도 쓰였던 곡. 전자음으로 점철되어 있는 곡이지만 따스하고 차가운 기운을 모두 담고이는 인스트루멘틀이다.

7. 바람기억
앨범의 타이틀 곡. 본 앨범이 발표된지 벌써 3년이 거의 다 되어가는데도 음원 챠트에 항상 존재하고 있는 좋은 곡이다. 나얼의 보컬리스트로서의 기량 과다가 조금 엿보이는 곡이기도 하지만(실수로 녹음할때 반음을 올렸었다는 후문이..) 그만큼 호소력 하나는 일품이다. 이 곡이 90년대에 나오지 않은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옛날에 나왔었다면 여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 top5 안에 분명히 들어가 있었을테니까(방금 한번 따라 불러봤는데 목 다 나감).

8. 이별시작
풍성하고 귀에 잘 걸리는 후렴구가 매력인 트랙.

9. 여전히 난
브라운 아이즈 팬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곡. 신기하게도 인트로부터 정말 그때의 나얼이 떠오른다. 코러스는 나얼과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영준' 이 맡았는데 정엽인줄 알았다. 미안하다. 편곡은 '돈스파이크(donspike)' 가 맡았다. 브라운 아이즈 한번 더 뭉치면 안되려나? 프로젝트 식으로. 어떻게 나와도 대박 칠듯 한데.

10. stone of zion
나얼이라는 이름을 알리고 얼마 되지 않아 독실한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이 세간의 주목을 받곤 했던 적이 있었다. ccm 음악에 딱 맞아 떨어지는 음색을 지닌 그의 보이스톤은 뭇 크리스천들의 환대를 받았었고 본 곡은 나얼의 신앙 고백을 녹여낸 곡이다('zion / 시온' 은 예루살렘 성지의 언덕). 영어로 되어있어서 무슨 말인지 잘 못알아듣겠지만 복음성가(혹은 흑인영가) 를 떠올리게 하는 합창단의 코러스가 한몫하는 곡이다.

hidden track - yu bwaba
나얼이 케냐의 대학생 크리스천 밴드 'sam' 에게 선물했다고 하는 곡. 아프리카어인 스와힐리어로 불려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본 앨범이 나오기 전이었는지 후였는지 모르겠지만 나얼의 오랜 연인이었던 한혜진과의 결별 소식 덕분에 더욱 무게감이 느껴졌던 앨범이다. 뮤지션의 음악과 사생활이 얼마나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다만, 유부남이 '오늘은 화끈한 불금 놀아보자' 따위의 노래를 부르는것 보다, '어이구 내새끼 우리 와이프 사랑해' 같은 노래를 부르는게 더 살에 와 닿듯, 본 앨범에서 유독 이별노래들이 더 눈에 띄고 나얼의 호소력이 이전보다 더 피부에 와 닿는건 어쩔 수 없다. 타 뮤지션들의 목소리를 아예 배제하고 본인의 목소리로만 앨범을 채운 것도 주목할 지점. 시간이 흐를 수록 이런 진정성있는 뮤지션이 점차 사라져 가거나 공백기가 길어지는건 참 안타까운 노릇이다(신진 세력들이 자리 잡기도 여간 만만찮다). 분명 알앤비나 발라드 곡은 가사에 집중하기 마련인데, 본 앨범에 실린 곡들은 가사 보다 나얼의 사운드스케이프나 곡이 가지고 있는 분위기에 더 집중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추천곡
바람기억, soul fever, 기억리듬.





오른쪽 위에 작게 넘버링이 되어있다.jpg




재킷과 함께 동봉되어있는 가사집.jpg




나얼 특유의 아날로그적 이미지를 위해 lp판과 테이프 릴을 집어넣었다.jpg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그린 그림들과 언뜻 비슷하지만 차이점을 보이는 나얼의 그림들.jpg



가사집을 펼치면 soul fever의 간단한 악보가 나온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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