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싸이코패스 연쇄 살인마가 정신병을 앓고 있다면
그가 천사였던 걸 까먹고 있어요.
오 이런, 나 악마인가봐!
말하고 생각하는 고양이라... 이건 기적이지. 그런데 고양이랑 대화하는 남자? 정신병원 행이야.
내가 말하는 건 다 네가 말하는 거야.
혼자 남겨지는 건 모든 고통의 원인이죠.
생각하는 걸 모두 실행할 필요는 없어요.
<데드풀> 시리즈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라이언 레이놀즈의 기괴한 영화.
영화 더 보이스를 말랑말랑한 배경음악으로 광고질 해대고 있는 문구는 다 구라다. 예상대로 그려지는 영화는 절대 아니며 주인공 '제리(라이언 레이놀즈)' 의 동물이나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능력 자체가 그저 정신병이다. 하지만 그 정신병을 지닌 인간이 연쇄 살인범이라면?
제리는 변기와 욕조를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는 인물이다. 직장 동료인 영국인 '피오나(젬마 아터튼)' 를 짝사랑하지만 다른 동료들 사이에선 그녀가 던진 추파를 그녀 스스로 부정하는 상태. 그러던 비오는 어느날, 일방적으로 데이트 약속을 깨버린 피오나를 회사 앞에서 발견한 제리. 피오나의 집까지 바래다주는 와중에 그만 사고로 피오나가 죽는다. 그녀의 시체를 어찌해야할까 고민하다 제리와 함께 살고 있던 강아지 '보스코' 와 고양이 '위스커스' 에게 조언을 얻는다는 이야기.
주인공 제리는 굉장히 외로운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지만 그의 어린시절엔 폭력적인 아버지와 정신병을 앓고있는 엄마, 그리고 자신 역시 엄마와 똑같은 정신병을 앓고 지냈다. 동물이나 타인들에게 들리는 목소리들이 '천사의 목소리' 라고 설명해주던 엄마를 자신의 손으로 죽여, 교도소에 장기 복역하며 재활치료도 함께 끝낸 제리. 그를 반갑게 맞아주는 건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주는 보스코와 위스커스 뿐이다.
혼자 지내지만 굉장히 깨끗한 제리의 집. 천사로 대변되는 강아지와 인간의 순수한 욕구를 보여주는 고양이. 죽은 여자의 머리를 잘라 냉동 보관 하고 있지만 친구를 마련해 달라고 제리에게 말하는 피오나. 예쁘게 포장된 모든 것들이 제리의 머릿속에서만 이뤄지는 것들이다(실제로 제리는 변기회사에서 '포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혼자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하는 모든 것들이 알고보면 시궁창 같은 때가 있다. 살아가는 데에 별다른 의미는 없어보이고 '내가 이걸 지금 왜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들 때가 있다. 제리는 자신의 정신병으로 그것들을 싸그리 치워버린 것이고 처방받은 약조차 쓰레기 같은 현실을 목도하게 해주는 악마같은 존재이기에 스스로 싱크대에 다 버리게 된다. 결국 파국으로 치달으며 영화는 엔딩을 맞이하게 되지만 뼛속까지 하나님을 믿는 제리가 뱉은 말이 문득 떠오른다.
"하나님을 믿어요? 저도요. 근데 하나님께서 이미 저한테 정해 두신 거 같아요. 주변 사람들을 몰아넣고는 저한테 완전히 뒤집어 씌웠어요. 왜 그런건지 알고 싶어요. 왜 어린 아이를 그런 아버지랑 집에 가둬놨죠? 왜 우리 엄마를 미치게 하는 걸로도 모자라, 저랑 있기 보다 자살하게 했냐고요. 근데 하나님이 다 알고 있다면 아마 제가 살인 하는 것도 괜찮겠죠."
해당 대사들 덕분에 엔딩 크레딧에 예수님이 등장한다. 그럴싸한 블랙 코미디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조금 더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냈다면 2015년 북미개봉에 맞춰 국내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을 영화. 꽤 우울하고 별로 볼 것 없는, 별다른 메시지도 없는 외로운 영화다.
하드하고 거친 라이언 레이놀즈의 최근 모습만 보다가 한없이 맑고 순수한(?) 표정의 그를 보니 천상 배우라는 걸 보여준 영화, 더 보이스였다.
애초에 썅년(...) 같던 피오나 말고 '리사(안나 켄드릭)' 가 그에게 접근해 줬다면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