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근처에는 공갈빵을 파는 가게가 있다. 하나에 2,500원. 커다란 풍선처럼 부푼 바삭한 겉면 안쪽에는 달콤한 설탕이 얇게 발려 있다. 시장으로 향하는 길, 아이들과 이 빵을 나누어 먹는 건 우리 가족의 소소한 낙이다.
첫째 아이의 에너지가 유난히 넘치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는 평소처럼 공갈빵을 하나씩 손에 쥐고 시장으로 향했다.
속이 텅 빈 공갈빵을 종이봉투째 건네받은 남편이 눈을 반짝이며 첫째에게 제안했다.
"자, 주먹으로 펀치! 해서 부숴줘!"
아이의 눈은 아빠보다 더 진하게 빛났다. 있는 힘껏 종이봉투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파사삭-’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공갈빵이 부서졌고, 우리는 파편을 사이좋게 나눠 먹으며 길을 걸었다.
남편이 한 봉지, 내가 한 봉지. 둘째 딸아이는 내 곁에서, 첫째 아들은 남편과 나란히 앞서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뒤를 돌아본 첫째가 나를 향해 해맑게 웃으며 달려왔다.
‘퍽-’ ‘파사삭-’ ‘후두둑-’
세 가지 소리가 연달아 고요한 길가에 울려 퍼졌다.
봉투 아랫부분을 조심스레 잡고 있던 내 손 위로, 아이의 주먹이 날아든 것이다.
입구가 열려 있던 내 종이봉투 속 공갈빵은 처참히 부서지다 못해 길바닥으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우하하하하하하!”
그 순간 남편은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내 눈치를 살피던 첫째도 아빠의 웃음소리에 용기를 얻었는지 슬슬 입꼬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데, 아이를 꾸짖어야 할지 같이 웃어야 할지 고민하며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바닥에 흩어진 공갈빵 부스러기, 옆에서 들려오는 남편과 아들의 무해한 웃음소리.
그 모든 풍경이 갑자기 너무 웃겼다.
웃음을 참느라 눈물까지 찔끔 났다.
겨우 진정하고 첫째에게 물었다.
“아들, 한 번 더 펀치가 하고 싶었어?”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부터는 엄마한테 미리 예고하고 해줄래?” 아이는 씩씩하게 '넵~!' 대답하며 다시 앞서 나갔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우리는 쏟아진 공갈빵 이야기를 안주 삼아 계속해서 웃었다.
2,500원짜리 공갈빵은 길바닥에 흩어졌지만, 그 자리에 그보다 훨씬 값진 웃음꽃이 피어난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