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시점
내가 겪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다
임. 영. 웅. 이 음반내면 3000억 시장이 움직인다고 한다
작곡 작사가들 연주자들
잘 모르지만 편곡 코러스 믹싱 엔지니어들
음반 제작 홍보 디자인 굿즈제작
뮤직비디오 촬영
수많은 회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광고를 찍으면 그 물건을 사고
잡지에 나오면 그 잡지를 사고
축구시축을 하면 표랑 유니폼이 매진된다
아파트 광고는 하지 마라 그건 못 사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TV에 나온 어떤 남편이 자기 부인이 임. 영. 웅. 팬인데
1년에 1억을 썼단다
처음 팬이 되면 각종 투표를 하게 된다
각 방송사 자회사에서 하는 인기투표에
방송사와 광고주가 보고 있다는 문구가 있다
여기서 표를 제일 많이 받으면
일본 신주쿠 건물과
홍대 강남역에 광고판 걸어준단다
또 시상식까지 하고
TV 방송에도 나오고 언론에 노출되니까
해외팬까지 팬덤 사활을 걸고 매일 투표한다
그런데 투표권이 공짜가 아니다
게임을 하거나 물건을 사야 투표권을 얻는다
공개한 수익률표를 봤는데 수익이 어마어마했다
그러니 각 방송사마다 비슷한 투표를 계속한다
우리는 팬덤 숫자에서 게임이 안된다
우리가 2만이면 아이돌팬덤은 2000만이다
그러나 항상 강자가 이기는 건 아니다
내가 속한 팬그룹은 200명 정도인데
처음에 1억을 쇼핑해서 표를 모았다
호박즙 만두 화장품 모든 생필품 가족 친지 선물까지 다 구입했다
해외팬까지 밤낮으로 투표하는 아이돌팬덤에게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지만 포기는 없다
여러 번 투표하다 보면 요령이 생긴다
대충 따라가다가 막판 시간 다 되었을 때 몰표를 투하하면
상대팀이 표가 있어도 시간이 지나서 투표를 못한다
이 작전으로 한두 번 1위를 했는데
이제 다른 팬덤도 눈치 보며 막판에 던진다
우리 팀은 돈을 너무너무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이런 방식에 화가 나서
방송사에 항의메일을 보내고
이제 투표를 그만하기로 했다
그러나 팬그룹들이 여러 개니까
아직도 열심히 투표하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이번에 예기치 않게
디. 어. 워. 즈. 상에서
아이돌 걸그룹과 함께 인기상을 수상했다
가수의 수상소감이
왜 자기가 수상하는지
주최 측과 소속사도 모두 어리둥절했단다
어쨌든 싱어송 가수가 성공하려면
자신을 산화하며 작품에 올인하는 가수
돈이 아니라 가수를 위해 서포트하는 소속사
앨범 콘서트 페스티벌에서 열광하는 팬덤
3박자가 맞아야 한다
그래서 연예인은 팬이 꼭 필요하고
그 팬심을 이용하는 엔터테인먼트산업은 번창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