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기억은 나무처럼 남는다

by 해담

나는 어려서부터 조부모님의 손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유난히 조부모님을 향한 애틋함이 컸다.


몇 해 전, 할머니께서 치매 진단을 받으셨고

건강이 점점 나빠지는 게 안타까웠다.


연애 초반이던 그때, 오빠에게 그런 얘기를

제대로 꺼낸 적도 없었는데


어느 날,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우리 부모님 아니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 먼저 찾아뵐까?”


그 말에 나는 마음이 울컥했다.

내가 먼저 꺼내기엔 부담일까 망설였던 부탁을

그가 먼저 해줬다.


그렇게 우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시고

인천 어린이대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800년을 넘게 자라온 은행나무 아래,

샛노란 은행 잎이 하늘을 가득 채운 그 아래에서

우리 넷은 사진을 찍었다.


소나기가 내려 오래 머무르진 못했지만

함께 찍은 사진 속 할머니는

우리의 꽃 선물을 품에 안고 환하게 웃고 계셨다.


할머니,

우리 그날 은행나무 보러 갔던 거… 기억나?

“기억난다”며 지어 보이던 그 미소는

지금도 나에게 큰 위로로 남아 있다.


그날은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

우리 할머니의 마지막 나들이였다.


오빠, 고마워.

당신 덕분에

할머니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이 하나 더 생겼어.


고마움은,

그날의 은행나무처럼

단단하고 오래도록 마음에 뿌리를 내렸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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