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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루 Sep 06. 2024

가끔은 이런 내가 힘들어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풀숲에 앉아있는 개구리를 발견했다. 엄지손톱만큼이나 작은, 짙은 초록의 청개구리였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는데 어디 도망도 안 가고 얌전히 앉아있었다. 개구리는 말캉한 젤리 같았고 축축하고 서늘했다.

근방에 있는 물웅덩이에 개구리를 놓아주기로 했다. 개구리는 물에 산다고 배웠으므로 원래 있던 풀숲이나 바짝 말라붙은 바위보다는 그 편이 낫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그 계획은 순전히 개구리를 위한 것이었다. 내가 서 있던 자리와 물 웅덩이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바닥은 온통 돌멩이 투성이었고 물가에는 풀이 길게 자라 있었다. 나는 웅덩이에 가까이 다가가려다 포기하고 서 있던 자리에서 물이 있는 방향으로 개구리를 던졌다. 불행히도 개구리는 물속이 아닌 근처 바위 위에 떨어지고 말았다. 조준을 잘못한 데다 필요이상으로 개구리를 힘껏 던진 것이다.




찰박.

철푸덕도 아니고 철썩도 아닌 '찰박'하는 소리가 났다.

고 작은 생물은 몸뚱이가 터져 나갈 때조차 고작 찰박하는 작은 소리뿐이었다. 배 터진 개구리는 바위 아래로 스르륵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작은 사체가 지나간 자리에는 물기인지 피인지 모를 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고무로 된 샌들 밑창 너머로 바닥에 깔린 뾰족한 돌멩이가 발바닥을 사정없이 찔렀다. 햇볕은 쨍쨍했지만 하늘은 먼지가 덮인 듯 희뿌연 했다. 





그때 나는 여덟, 아홉 살 정도 되었을까? 그만 집에 보내주려던 본심과는 다른 처참한 결과 앞에 어린 나는 망연자실했다. 죄책감, 자책감, 미안함이 혼합되어 쓰나미처럼 덮쳤다. 통합적으로는 슬펐고 스스로가 괴물같이 느껴졌다.

마흔이 넘은 이젠 오륙 년 전 일도 세세히 기억이 안 난다. 어린 시절 기억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그날만큼은 생생히 떠오른다. 슬라이드 환등기에 넣은 오래된 필름처럼, 찰칵하는 순간 소환된다. 이상한 노릇이다.  





내가 일하는 어린이 집에서 매주 금요일은 무비데이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기 전 티브이로 영화를 본다. 오늘은 디즈니 만화 모아나를 보았다.

바닷속 거대한 괴수 게에게 모아나가 붙잡혔다. 게가 커다란 집게발로 모아나의 허리를 잡아 들어 올렸다.

게가 조금만 힘을 주면 집게발 사이 모아나의 가냘픈 허리가 동강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줄기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날의 기억이 소환된다. 어린 날 나 때문에 배 터져 죽은 엄지손톱 만한 예쁜 청개구리와 바위 위 한줄기 선명한 물자국이 떠오른다.

제발 조심해!

나는 속으로 외쳤다. 만화 속 괴수 게에게 한 말인지 아니면 개구리를 집어던진 어린 나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다. 둘 중 어느 쪽이라도 우스꽝스럽고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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