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모바일 런칭 마케팅 사례를 보고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요? 세일즈보다는 포지셔닝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공적인 포지셔닝은 장기적인 매출의 확보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마케팅 전략가 잭 트라우트와 앨 리스는 자신들의 저서 <포지셔닝>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포지셔닝은 상품이 아닌 고객의 마인드에 어떤 행동을 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의 마인드를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 고객은 언제나 옳다"
"상품의 장점을 전달하고자 할 때에는 상품보다는 고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언뜻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마케터들은 고객을 너무 고려한 나머지 종종 고객의 마인드를 아예 바꾸려고 시도하거나, 스스로 상품의 장점을 가려놓고 마케팅을 하는 우를 범하기도 합니다.
여느 산업 카테고리보다 고객 마인드가 중요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입니다. 게임에 대한 고객들의 피드백은 즉각적이며, 비판적이고, 확산적입니다. 이렇게 형성되는 여론이 수백억 제작비가 투입된 상품의 수명을 단숨에 좌우하기도 합니다.
펄어비스 사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이제 막 시장에 나오려던 시절, 게임 업계의 광고 트렌드는 게임의 실체를 보여주기보다는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섭외하여 내세우는 것이었습니다. 유명 연예인이 홍보하는 게임은 ‘대작’으로 인식되었고 실제로 모객도 효과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러한 광고 트렌드에 피로감을 느끼는 고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의 실체를 감추고 연예인을 앞세워 고객을 기만하려고 한다’는 고객 마인드가 형성된 것이죠. 실제로 이 시기에 온에어 된 광고 영상들의 댓글을 보면 고객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8년 2월 22일, ‘검은사막 모바일’이 드디어 최초의 런칭 광고 영상을 온에어합니다.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이 등장했으니 바로 가수 ‘윤도현’이었습니다.
다만, 그는 모습을 드러내는 대신 오로지 내레이션으로만 광고에 등장합니다. 게임 화면으로만 이루어진 광고 영상에서 그는 화면을 부연 설명하는 조연으로서 담담하게 상품의 강점을 전달합니다.
“전투와 전투 이외의 모든 것을 차원이 다른 그래픽으로”
- 검은사막 모바일 사전예약 광고 중 -
해당 영상 뿐만 아니라 검은사막 모바일의 런칭 캠페인 광고 영상들에는 마지막까지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세감이 마케팅의 핵심인 대작 MMORPG임에도 불구하고 유명 연예인을 내세우는 전략을 사용하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전략적인 배경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검은사막 모바일의 강점은 명백하게도 ‘그래픽’ 입니다. 당시 그들이 주목한 고객 마인드는 ‘유명 모델이 나오는 게임 광고가 지겹다’ 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러한 고객 마인드를 우선한다면 상품의 강점을 이렇게 재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강점: '그래픽인 좋은 게임'
재정의한 강점: '게임 화면만 보여줘도 되는 게임'
오히려 연예인을 내세우지 않음으로써 강점인 그래픽을 더욱 강조하고, 피로감이 쌓인 광고 방식에 대한 비판 동향을 회피하면서 동시에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검은사막 모바일의 런칭 지표는 꽤나 우수합니다. 사전예약자수는 500만 이상을 달성하였고, 앱 다운로드 랭킹은 구글플레이에서 10일 간, 앱스토어에서 7일간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성과는 오직 마케팅의 의한 결과는 아니겠습니다.)
상품의 강점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커뮤니케이션에는 항상 앞을 가로막는 문제가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이 있습니다.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고객 마인드에 도전하기 보다는 되려 올라타야 한다는 것. 이는 종종 불가능해보이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해야한다는 것. 마케터들이 견지해야할 기본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