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하지 말고 피하기
인생을 이지모드로 바꾸려면,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피해야 합니다.
팔란티어 & 페이팔 공동창업자였던 피터 틸은 경쟁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아무런 이윤을 얻지 못하며 의미 있게 차별화되는 부분도 없이,
오직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그는 경쟁을 상당히 극혐하는 사람인데요. 저가 항공사 시장에서 끝없는 가격 경쟁으로 인해 1 좌석 당 순이익이 1달러도 안되는 것처럼 치열한 경쟁의 끝에는, 남는 것도 건질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생을 이지모드로 바꾸려면, 애초에 이렇게 싸우는 경쟁에 뛰어들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다면 훨씬 더 쉬운 게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경쟁을 당연하다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에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시스템이, 개인에게도 정말로 의미있는 시스템인가에는 의문부호가 달립니다. 예를 들어 수능이라는 것도 결국 경쟁 통해 상위의 학생을 걸러내는 방식인건데 학생 각각의 재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 채, 아니 무시한채라고 말할게요. 똑같은 과목을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가르친 뒤, 여기에 잘 맞는 학생을 찾아내는 방식인거죠.
병패는, 이 경쟁에서 탈락하면 낙오자나 패배자처럼 만든다는 것이며, 실제로 예전에는 수능이 끝나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학생도 종종 뉴스에 나왔습니다.
취업시장이나 회사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의미한 스펙을 쌓기 위한 무의미한 시간들을 보냅니다. 여기서 무의미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를 예시로 들어볼게요. 제일 잘팔리는 영어 스피킹 시험 공부법은, 영어를 잘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게 아니라 ‘2주 공부해서 높은 성적을 받는 방법’ 같은 식입니다. 실제로 내가 얻는 스킬보다 자격증이 더 중요해집니다. 주객이 전도된 것이죠. 그럼 여기서 우리가 품을 수 있는 것은, 경쟁을 위한 발전이 정말로 의미 있는 발전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시간투입과 노력이 경쟁이라는 그 트랙 안에선 조금 앞서 나갈 수 있겠지만, 정말 개인에게 의미있는 발전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기업 간의 경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혁신보다는 마케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실제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숫자상의 성과를 부풀리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제품이라도 ‘최초’라는 타이틀을 내세워 시장에 급히 출시하거나, 단기적인 매출 증대를 위해 할인과 프로모션에 의존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이러한 경쟁 방식은 표면적으로는 성과를 내는 듯 보이지만, 결국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해치고 기업 본연의 가치를 흐리게 만듭니다. 중요한 본질은 사라지고, 보이는 현상과 지금 당장의 숫자만 채워 맞추는 식이라는 것이죠.
경쟁이라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는 중요합니다. 기업 간의 경쟁이 있으면 더 좋은 상품이 나오고,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도 있습니다.하지만 이 경쟁 속에 있는 개인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승리할수록 패배하는 느낌, 뛰면 뛸수록 경기가 져 있는 느낌인 것이죠. 결국, 개인적인 삶의 관점에서 보면, 이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인생을 더 쉽게 만드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속세를 떠나 자연인처럼 살라'는 말은 아닙니다. 이 경쟁의 판 자체를 벗어나, 내가 주도권을 갖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플은 컴퓨터 시장에서 항상 더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서야 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더 좋은 스펙을 내세우는 대신, 사용자 경험과 디자인에 집중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층을 만들었습니다. 맥북이 '더 성능 좋은 컴퓨터'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를 위한 컴퓨터'라는 인식을 만들어낸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즉, 기존의 경쟁 논리를 벗어나면서, 애플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고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에게도 이런 논리는 적용될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하면 보통,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잘 내는 사람들은 이런 흐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생각할 법한 아이디어를 먼저 배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같은 단초에서 출발해 봐야 크게 다른 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열할 것 같으니 피하자'라는 의도가 심연에 깔려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당연한 전제를 뒤집어보거나,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는 것이죠. 미묘하게 다른 이 차이가 판을 내 쪽으로 바꿔줍니다.
'내가 가진 제품의 장점이 크더라도', '내가 충분히 저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경쟁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쟁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며 수십년 동안 이어질 정도로 장기적이며, 한번의 승리가 두번의 승리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스펙 끼리의 경쟁은 계속해서 엎치락 뒷치락 할 수 있다는 것이며, 끊임없는 경쟁은 앞서 말씀드린 남는 것도 건질 것도 없는 결과를 낳게 만듭니다.
인생을 이지모드로 만드는 법은,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따지는 것보다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법입니다. 독점적 가치를 위해선 꼭 대단한 혁신 기술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방향이 중요한 것이죠. 애플의 사례처럼 인식 상에서도 독점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차별화라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워 보일 수 있습니다.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고, 처음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죠. 하지만 한번 차별화된 자리를 잡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압도적으로 쉬운 게임이 됩니다.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가격을 깎아가며 소모전을 벌일 필요도 없고, 자신만의 시장을 장악하면서 독점적 위치를 누릴 수 있게 됩니다. 즉, 처음에는 더 어렵게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을 피하는 것이 곧 이지모드를 만드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