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과 반 그리고 합, 다시 정
기존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소수의 혁신자들로 인해 유행은 생성됩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스레 새로운 유행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런 유행을 만들어내는 존재들이 있다는 뜻입니다. 특정 연예인이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유행시키기도, 특정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유행을 만들기도 합니다. 즉, 트렌드의 시작은 언제나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혁신적인 선택에서 비롯됩니다. 스키니 진 시대에 루즈한 바지를 입기 시작한 이들은, 당시 비정상적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이전 유행에서 스키니를 입기 시작한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유행은 언제나 불확실성에서 출발하며 모두가 각각 다른 속도로 이를 받아드립니다.
정반합의 개념은 유행의 메커니즘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정'은 기존의 질서를, '반'은 그에 대한 반대의 도전을, '합'은 그 둘의 충돌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질서를 의미합니다. '합'이 '정'이되면 다시 '반'과 '합'의 순서로 돌고 돌게 됩니다. 영국의 가수 비틀즈(The Beatles)의 성공은, 이런 정반합의 과정을 담고있는데, 당시 서구 대중음악의 기존 트렌드(정)에 비틀즈의 혁신적인 음악 스타일과 실험적인 음악 제작 방식(반)이 충돌하여, 결국 록 음악의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합)를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정에 반을 들수 있는 태도겠지요.
이런 사람들이 기존 규범에 반하고 싶어하는 이유는 인간의 본질적인 호기심과 새로움에 대한 욕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익숙함은 안전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지루하며 정체성의 갈망을 불러일으킵니다. 기존의 패턴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신만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방법입니다. 수년전 찍힌 지드래곤의 패션 사진을 보면, 지금봐도 촌스럽지 않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존 관점에서 반하는 이미지처럼 보였겠지요. 이런 새로운 유행을 만드는 사람들의 특징들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높은 인지적 유연성 : 기존 패러다임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
강한 자아정체성 : 외부의 압력보다 내면의 신념을 우선시하는 성향
위험 감수 성향: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흥분이 더 큼
창의적 사고방식 :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사고를 하는 능력
유행을 만드는 것 자체가 직접적인 경제적 수익의 원천입니다.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들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욕망을 형성하는 경제적 창조자입니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제안하고, 그 스타일이 대중화되면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높입니다. 음악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사운드로 팬덤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채널로 수익을 올립니다. 핵심은 트렌드의 최초 창시자가 되어 그 경제적 가치를 선점하는 것입니다. 대중이 따라오기 전에 먼저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진정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유행을 만드는 것은 단순한 창의성을 넘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전략적 행위인 것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모방을 통해 사회적 행동을 배웁니다. 혁신자들이 시작한 트렌드는 점차 동조자들에 의해 확산되고, 결국 대중화됩니다. 하지만 이 모방(또는 변화)은 사람들마다 받아드리는 순서가 각각 다릅니다. 래저스펠드와 커츠의 '양파 이론'은, 여러 껍데기처럼 사람들이 구성되어 있으며 바깥쪽 부터 변화하기 시작해 점점 안쪽으로 모방하며 따라간다는 주장을 합니다. 가장 바깥쪽 껍질은 혁신자들, 그 안은 얼리어답터, 그리고 초기 다수, 후기 다수, 마지막으로 느리게 변화하는 집단으로 구분됩니다. 이 과정에서 각 집단은 이전 집단의 트렌드를 모방하며 유행을 확산시킨다고 합니다. 유행으로 돈을 버는 집단은 양파의 가장 바깥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