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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Mar 03. 2024

6월_일본에 찾아온 보통날과 클리어.

대망의 골든위크가 끝이 나고 다시 분주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벚꽃도 없고 공휴일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로, 어른들은 회사로 발길을 향한다. 도쿄는 이미 20℃ 이상 올라가서 따뜻한 날들이 이어진다. 빠른 사람들은 벌써 반팔을 꺼내 입는다. 하지만 비도 자주 내리는 시기인 만큼 바람막이 정도는 걸치고 다니는 게 좋다.


일상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일본에 딱 맞는 소비 트렌드가 있다. 따뜻한 음료보다 차가운 음료에 손이 가는 무렵, 편의점에는 '클리어(Clear)'열풍이 불어 닥친다. 투명한 음료의 대명사는 뭐니 뭐니 해도 생수다. 하지만 생수만으로는 재미가 없나 보다. 형형색색 음료수에서 색색(色)을 빼버린다. 커피도 투명하게, 콜라도 투명하게.


일본 투명음료. (좌)클리어 라떼, (우)코카콜라 클리어
산토리 요구리나


일부는 기간한정(期間限定)으로 나오고 일부는 1년 내내 만나볼 수 있다. 맛은 오리지널만 한 것이 없다. 하지만 클리어가 주는 시원함과 건강한 느낌(주로 0 또는 저칼로리)이 단점을 커버한다. 생수에 향미를 첨가한 음료들도 있다. 플레이버워터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요구리나&산토리 천연수'가 있다. 2015년 발매된 이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쉽게 말해 요구루트맛 생수다. 얼핏 부적절해 보이는 이 조합도 오랜 사랑을 받았으니 앞으로 어떤 기상천외한 클리어가 등장할까?


한편, 클리어 열풍은 달력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검은색 보통날로 가득 찬 6월. 그렇다고 집에만 있자니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든다. 다음 공휴일은 7월 셋째 주 월요일에 있는 바다의 날(海の日)이다. 이때까지 버틸 구실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말 막간을 이용한 힐링 여행을 떠난다. 도쿄에서 기차로 1~2시간 이내면 산이고 바다고 어디든 갈 수 있다.


어릴 때 속초에서 살아서 그런지 바다만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향에 온 기분이 든다. 그래서 주말에는 도쿄 인근 바다로 종종 나가고는 했다. 일본에서 처음 일했던 회사는 오다이바(お台場)에 위치해 있어서 매일 같이 바다를 보고 지냈다. 이후로는 인근 요코하마(横浜)로 놀러 가기도 했다. 하지만 더 자주 찾아간 곳은 에노시마다.


에노시마 인근 해안가 모습

신주쿠에서 에노시마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에노시마(江ノ島)는 농구 만화 슬램덩크를 추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욱 친숙한 곳이다. 에노덴(江ノ電)을 타고 가마쿠라고교 앞역(鎌倉高校前駅)에서 내려 철도 건널목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슬램덩크 성지순례 베스트 스폿이다. 선로 뒤로는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바닷길을 따라 에노시마까지 걸어도 본다. 파도가 있을 때는 서핑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하루여행코스로 완벽한 곳이다.


일본에서 운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캠핑도 자주 갔다. 캠핑장은 주로 산 쪽에 있다 보니 5월까지는 아무래도 쌀쌀하다. 하지만 6월은 모든 게 완벽하다.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도 춥지 않다. 계곡이나 하천이 있는 곳이라면 물에 몸을 담그는 것도 무리 없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이 심하게 붐비지도 않는다.


하얀 벽으로 막힌 사무실에 앉아서 모니터만 바라보다가 360도 초록초록으로 둘러 쌓인 자연에서 보내는 주말은 힐링 그 자체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 흐르는 소리. 시원한 캔맥주를 마시며 그저 멍하니 앉아 있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치유되는 기분이다.


6월 어느 날에 즐긴 캠핑


밤에는 화로대에 불을 지핀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눈앞에서 소리 내며 타고 있는 모닥불을 보며 불멍, 별멍을 한다. 보통날이 많다고 낙담할 필요 없는 6월이다.



2024년 일본 6월 공휴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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