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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민 Mar 10. 2024

7월_일본에도 진짜 매운맛이 있다.

28도를 넘는 찌는 듯한 더위가 도쿄를 기습한다. 간혹 30도를 넘어가기도 한다. 얼마 전 다녀왔던 태국 방콕이 생각난다.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햇볕이 그대로 내리 꽂힌다. 빌딩숲이 유일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가방에 물티슈는 필수품이다. 2010년도 중반만 해도 이 정도로 덥지는 않았는데 코로나 이후로 급격히 뜨거워진 것 같다. 매년 이상기상이 뉴스 토픽으로 올라온다.


열은 열로 다스리는 이열치열. 여기에는 삼계탕 만한 게 없다. 일본에서도 삼계탕이 한식당, 마트나 편의점 등지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다만 더울 때(도) 먹는 음식이라는 문화까지는 전파되지 않은 듯하다. 대신 우리가 냉면을 먹듯 시원한 메밀소바나 일본식 냉면, 히야시츄카(冷やし中華)를 즐긴다. 길게 채 썰은 오이, 계란지단, 햄 등이 노란 중화면 위에 올라가 있다. 새콤한 간장소스를 뿌려 비벼 먹는 음식이다. 그리고 또 하나. 모험심 강한 사람들이 연중 행사처럼 즐기는 것이 있다. 바로 매운 요리.


일본사람은 매운 요리를 못 먹는다는 인식이 있다. 2014년경 도쿄 한인마트에서 한국 고추장, 쌈장, 된장 시식회를 진행했었다. 고추장은 말할 것도 없고 쌈장조차 손사래를 친다. 이유인즉 '색깔'때문이다. 된장에 비하면 붉그스름해서 매울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지금이야 K-FOOD가 일본열도에도 깊숙이 침투해서 쌈장맛을 아는 일본인도 많이 늘었지만 매운맛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강한 것 같다. 대신 여름 무더위 때만큼은 이 벽이 한층 얕아지는 기분이다.



고춧가루를 들이 부운 맛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에서 맛보던 얼큰한 매운맛이 아니다. 작정하고 맵게 만들었다. 거의 벌칙게임 수준. 모든 가게가 이런 수준인 것은 아니다. 살짝 매콤한 정도가 보통이고 맵기를 조절할 수 있는 곳도 있다. 1배~100배까지 고를 수 있는 히로시마풍 츠케맨, 약간 매운맛(ちょい辛)에서 DEATH맛까지 고를 수 있는 우동도 있다. 혀가 마비되기 전에 차가운 물이나 생맥주를 들이 켠다. 그래서 다 먹고 나면 시원하다고 느꼈던 건가?


혀를 달래고 밖으로 나온다. 우리나라와 시차는 같지만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일본이 빠르다. 아스팔트 열기가 남아 있는 늦은 오후.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도에 옹기종기 앉아있다. 곧 무언가 시작될 건가 보다. 이윽고 북소리와 함께 전통곡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렇다. 마츠리의 계절이 온 것이다.


마츠리(祭り)는 단순한 축제(Festival)가 아니다. 일본인은 예로부터 모든 것에 팔백만(야오요로즈)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왔다. 마츠리는 자연과 신에게 감사하는 행위이다. 거기에 가정의 건강과 공동체 성장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함께 만들어가는 화합의 장이다.



여름이면 일본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마츠리를 볼 수 있다. 코로나 때를 제외한다면 매년 7월과 8월은 마츠리 열기가 일본 열도를 뒤덮었다. 각 구역별 마츠리팀이 구성되어 저마다의 전통에 맞게 의상과 노래, 춤사위를 선보이며 행렬한다. 노년에서부터 어린아이까지. 남녀노소 한대 어우러져 마츠리 무대를 장식한다. 일전에 마츠리를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이 순간을 위해 최소 3개월 이상은 평일 늦은 저녁이나 주말을 이용해 연습한다. 지역전통을 지키고 공동체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일본이 있다.


한편, 7월에는 난데없이 비가 쏟아지는 날이 많다. 6월 초에서 7월 중순까지 장마철이다. 맑은 날보다는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많은 편이다. 일기예보도 자주 빗나간다. 가방에는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비를 대비해 접이식 우산을 챙겨 다니는 것이 좋다. 지역에 따라서는 기습적인 폭우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마츠리를 통해 건강하고 안전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는 것은 아닐까.



2024년 일본 7월 공휴일


7월 15일(월): 바다의 날(海の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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